늑대와 소녀, 종족 뛰어넘어 전하는 진한 감동
오직 그림으로만 표현… 감정변화 극적으로 담아내



눈발이 휘날리는 어느 날, 어린 소녀는 홀로 집을 나서 학교에 간다. 그 무렵, 늑대 무리도 어디론가 눈발 속에서 이동하고 있다. 천천히 내리던 눈은 어느새 앞이 안 보일 정도로 거세지고, 새끼 늑대는 그만 무리에서 뒤처지고 만다. 마침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소녀가 새끼 늑대를 발견하고 새끼 늑대를 엄마 늑대에게 데려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끼 늑대를 안고 소녀는 거센 눈발을 헤치고 늑대 울음소리가 들리는 깊은 산 쪽으로 걸어간다. 마침내 늑대 울음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자 소녀는 막상 두려움을 느낀다. 어린 소녀가 늑대무리를 마주하는 건 엄청난 공포이다. 그러나 소녀는 새끼 늑대를 위해 용기를 내고 무사히 어미 늑대 앞에 새끼 늑대를 내려놓는다.
 
눈발을 헤쳐 한참을 걸어 무서운 늑대 무리와 마주해야 했던 소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만 긴장이 풀려 눈밭에 쓰려져 버린다. 그때 소녀가 구해준 새끼 늑대와 늑대 무리가 나타나 소녀의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소녀를 보호하고 늑대무리는 필사적으로 울며 소녀의 존재를 알린다.
 
소녀를 찾아 나섰던 소녀의 부모는 늑대들의 울부짖음을 듣고 현장으로 뛰어오고 마침내 소녀를 찾아낸다. 무사히 구출된 소녀는 따뜻한 집에서 부모와 행복한 시간을 가진다.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라는 책의 내용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책에는 한 줄의 글조차 없다. 오직 그림으로 이 모든 이야기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그림책 전체는 하나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머금고 있다. 오롯이 그림으로만, 극한 상황 속에서 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극적으로 담아낸 것이 놀랍다. 늑대를 만났을 때 소녀의 두려움, 엄마를 만난 새끼 늑대의 안도감, 자신을 구해준 인간을 도와주려는 새끼 늑대의 마음이 그림에서 느껴진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까지 끌어들이는 묵직한 감동이 있다.
 
작가는 펜, 잉크, 수채물감을 기본으로 강한 색채감과 시원시원한 배경을 구성했다. 휘몰아치는 눈보라, 꺼져가는 숨을 붙들고 있는 새끼 늑대, 늑대를 안고서 어미에게 돌려주겠다는 소녀의 의지, 소녀마저 길을 잃고 위험에 맞닥뜨린 상황, 인간에게 소녀의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우는 늑대의 감정을 다채로운 색과 구도로 표현한다.
 
한 줄의 설명 없이 그림 언어가 얼마나 강력한지 이 책은 제대로 보여준다.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그림책에 수여되는 2018 칼데콧상 대상을 비롯해 2017 보스턴 글로브 혼 북 명예상 등 어린이 그림책 분야에선 2017년 최고의 책 중 하나로 선정됐다.

부산일보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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