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마이트너·부르지에 등
여성 과학자들 업적 발굴에 초점



400년에 걸쳐 세 개 대륙 여덟 개 나라에서 편견에 맞서가며 인류의 과학발전에 이바지했던 16명의 여성. 당대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그들이 연구에 매진하고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호기심과 세상을 이해하려는 욕구'였다.

<사라진 여성 과학자들>은 '왜 과학은 여성의 업적을 기억하지 않을까'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잊혔던 이들 16명의 삶을 궤적을 충실히 따라가되 외면된 그들의 찬란한 성과를 역사 속에서 발굴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컨대 '백의의 천사'로 유명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1820∼1910)을 두고 저자는 뛰어난 통계학자이자 공중보건학자로 꼽는다.

크림전쟁 참전으로 크림열병에 걸려 평생을 척추염 등에 시달리면서도 공중보건에 대한 그의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왕립위원회에 참여할 수는 없었지만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통계 분석을 바탕으로 한 보고서와 제안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면적그래프를 개발해냈다. 건강을 잃고 집에서만 지내는 와중에도 병원을 설계하고 간호학 교재를 쓰고 간호학교 설립도 추진하는 그는 '현대 간호학의 창시자'가 분명하다.

핵분열을 발견한 과학자 중 한 명이던 리제 마이트너(1978~1968).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 교사였던 당시 오스트리아에서 그는 여성에게 대학 입학의 길이 열리자 학문의 길에 들어섰다.

남성 일색이던 물리학계에서 그는 6년간 무보수로 객원 연구원 생활을 하며 오랜 동료 오토 한에게 성과를 양보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스무 편 이상의 논문을 썼다. 핵분열의 원리를 발견했지만, 노벨물리학상이 한에게 돌아가고 언론에서 한의 조수로 취급했을 때도 불평하지 않았던 마이트너. 이후 그의 업적을 기린 과학자들이 109번 원소에 '마이트너륨'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우리 곁에 영원히 남았다.

이밖에도 의학의 과학적 기초를 다지는 데 이바지한 루이즈 부르주아 부르지에(1563~1636), 과학을 직업으로 삼은 최초의 여성 라우라 바시(1711~1778) 등의 삶은 드라마 그 자체다.

책은 인물마다 연표를 시작으로 각종 사진과 일러스트, 당대 역사적 배경, 과학용어 해설을 곁들여 글의 이해를 돕고 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책이다.

부산일보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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