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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영혼 갈망했던 생명파 시인문학의 향기 - 청마문학관
  • 수정 2018.07.10 17:39
  • 게재 2018.07.03 15:27
  • 호수 380
  • 15면
  • 정순형 선임기자(junsh@gimhaenews.co.kr)
▲ 백자 항아리, 손목시계, 앨범 등 청마의 손때가 묻은 유품들이 전시된 공간. 그 바닥에는 작곡가 윤이상이 친필로 보낸 편지가 공개되어 있다.

 

 

이념·사상 초월한 작품 세계
“인간과 인생 외면한 예술은 없어”

일본 유학시절, 관동대지진 목격
연희전문, 보수적 분위기에 자퇴

세파에 시달린 가슴 달래는 ‘바위’
이영도와 연애편지는 베스트 셀러


 

순수한 영혼에 대한 향수와 갈망을 생명 사랑으로 극복한 현대 문학사의 거목. 시인 유치환을 소개하는 청마문학관은 고깃배가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통영항 뒤편 망일봉 기슭에 자리 잡고 있었다. 돌담을 정교하게 쌓아 올린 해맞이 언덕.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을 노래했던 청마의 대표작 '깃발'도 바로 이 언덕에서 구상한 것이 아닐까.

푸른잔디가 곱게 깔린 문학관 마당을 지나 전시실로 들어가면 현관 입구에 초대형 흑백 사진이 걸려 있다. 8·15 광복 직후인 1945년 가을에 찍었다는 통영문화협회 결성 기념사진. 시인 유치환을 중심으로 작곡가 윤이상과 화가 전혁림, 무의미의 시인 김춘수, 시조시인 김상옥…. 1950년대 이후 우리나라 문화계를 이끌었던 거장들의 모습이 대거 등장하는 사진이다. 통영에 뿌리를 둔 문화인들이 뜻을 모아 한글 강습회를 여느 등 농촌계몽운동을 하기 위해 만들었던 모임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그랬던 작곡가 윤이상이 20여 년 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가 독일로 추방되는 비운을 안은 반면 시인 김춘수는 1980년대 신군부에 협조해 정치인으로 변신할 만큼 엇갈린 길을 걸을 줄은 누가 알았을까. 그 와중에 시인 유치환마저 친일 시비에 휘말려 곤욕을 치른 사연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노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 망일봉 언덕에 자리잡은 청마문학관.
▲ 통영시가 복원한 유치환 생가.
▲ 윤이상, 전혁림, 김춘수 등이 함께한 통영문화협회 결성 사진.


전시실 앞쪽에 걸려 있는 청마의 작품 '바위'도 바로 그런 배경에서 나왔을는지 모를 일이다.
 
흑백 사진 옆에는 "사랑하는 것은/ 사랑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로 시작되는 청마의 작품 '행복'이 걸려 있다. 1945년 무렵, 통영여중 국어교사로 근무했던 청마가 같은 학교 가사교사로 근무했던 시조시인 이영도에게 연애편지를 보내면서 적은 '시'라고 했다. 그렇게 인연이 시작된 두 사람이 20년 동안, 무려 5000여 통에 달하는 연애편지를 주고받았다는 사연이 소개된다. 그 편지 중 200여 통을 이영도 시인이 선별해서 책으로 펴낸 서한집이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는 후일담도 전해진다.

▲ 청마문학관에서 내려다본 통영항 전경.

전시관 벽에는 1908년에 태어난 청마가 살다간 발자취를 보여주는 연보가 실려 있다. 통영에서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유학을 갔다가 한국인들이 무참하게 학살되는 관동대지진 사건을 겪은 후 한국으로 돌아온 사연과 연희전문에 다니던 시절, 보수적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퇴한 사실로 상세히 적혀 있다. 1938년, 전 가족이 평양으로 이주해 사진관을 운영한 기록이 이채롭다. 이후 1940년에 만주로 넘어갔다가 8·15 광복이 되기 불과 두 달 전인 1945년 6월에 통영으로 돌아왔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바로 이 시기를 두고 "일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친일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해서 2009년 11월에 발간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지 않았다"는 것이 주변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품실에는 청마가 사용하던 백자항아리와 손목시계, 앨범 등 유품 1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그 바닥에는 친북 인사로 분류된 작곡가 윤이상과 신군부에 협조했던 시인 김춘수가 보낸 편지가 나란히 놓여 있다. 예술과 개인이 가진 사상이나 이념보다, 그 사람이 지닌 인간적인 면모를 소중히 했던 청마의 성품을 보여주는 소장품이 아닐까.
 
유품실 옆에는 청마가 남긴 어록이 적혀 있다. 청마의 문학 세계가 오롯이 녹아 있었기에 그 울림이 남달랐던 어록이다.
 
"인간이 없는 곳에/ 인간이 버림받은 곳에/ 시나 예술이 아예 있을 리가 없기에…/ 내가 쓴 시들이 인간과 인생을 소중히 다루었으므로/ 내가 진정한 시인이 못 되더라도/ 하나 애석하거나 분스러울리 없다."
 
김해뉴스 /통영=정순형 선임기자 junsh@


*찾아가는 길 / 경남 통영시 망일1길 82.
△ 가락대로(12.9㎞)를 타고 가다 거가대로(32.7㎞)로 갈아탄 후 거제대로(22.8㎞)를 도착한다. 약 1시간 40분 소요.

*관람 시간
① 오전 9시~오후 6시.
② 매주 월요일과 법정공휴일 다음날, 1월 1일. 설날, 추석은 휴관(055-650-2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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