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막바지 장마가 한창이지만 다음 주부터는 초복(7월17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특히 여름 휴가철을 맞아 경남, 부산지역의 해수욕장과 어촌 마을을 찾는 사람들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휴가철 들뜬 마음과 함께 찾아오는 위험한 불청객이 '비브리오 패혈증'이다. 지난해의 경우 43명이 감염돼 22명이 사망하는 등 사망률이 50%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올해도 지난 6월 인천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이 첫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일찌감치 비브리오 패혈증 확산에 비상이 걸렸다. 경남도보건연구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도움으로 비브리오 패혈증 예방 수칙을 알아보자.
 



6월 첫 환자 발생… 휴가철 비상
간, 당뇨병 등 고위험군 특히 ‘조심’
사망률 50%, 다리 부분에 물집·괴사
어패류 익혀 먹고 바닷물 접촉 피해야



■비브리오 패혈증이란
패혈증은 미생물에 혈액이 감염되어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비브리오 불니피쿠스(Vibrio vulnificus)라는 세균 이름과 패혈증의 합성어인 셈이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주로 바닷물의 온도가 18~20℃로 상승하는 여름철에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다. 보통 6월 경에 발생하기 시작해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는 8~9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특히 만성 간질환, 당뇨병 환자 등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들에게 잘 감염된다.
 
질병관리본부의 연도별 발생 통계를 보면 2013년 56건(사망자 수 31명), 2014년 61건(사망자 수 40명), 2015년 37건(사망자 수 13명), 2016년 56건(사망자 수 14명)이었으며, 지난해에는 43건의 감염환자가 발생해 22명이 사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부산지방청(이하 부산식약청)은 비브리오 패혈증 예방을 위해 지난 6월 중순부터 해수욕장과 항·포구 주변 횟집 등을 대상으로 특별 점검을 벌이고 있다. 부산식약청은 "이번 특별점검은 기후변화로 말미암은 바닷물 온도 상승으로 예년보다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일찍 검출됨에 따라 담당 지자체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의 경우 지난 3월 전남 여수시 바닷물에서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처음 검출됐으며, 이후 경남과 울산의 바닷물에서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어 올해 비브리오 패혈증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감염 경로와 주요 증상
비브리오 패혈증은 오염된 생선과 조개를 날 것이나 덜 익혀서 먹을 경우(원발성 패혈증), 피부의 상처 부위가 오염된 바닷물과 접촉했을 때(상처 감염증) 등 두 가지 경로를 통해 감염된다.
 
대표적인 증상은 급성 발열, 오한, 혈압 저하, 복통, 구토, 설사 등이다. 증상 발현 후 24시간 안에 발과 다리 부분을 중심으로 발진, 부종 등 피부 병변이 생긴다. 피부 병변은 점차 수포, 또는 출혈성 수포를 형성한 후 점차 범위가 확대되면서 괴사성 병변으로 진행해 쇼크 등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잠복기는 상처 감염증이 12시간, 원발성 패혈증은 약 2일로 짧은 편이어서 감염 여부를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다.
 
상처 감염증은 피부에 상처가 있거나 낚시, 갯벌체험 등으로 바위나 조개껍질 등에 긁힐 경우 바닷물에 있던 비브리오균이 침입하여 발생한다. 상처 부위에 부종과 붉은 반점이 생긴 후 증상이 급격하게 진행되어 대부분 수포와 출혈 등 괴사가 생긴다.
 
비브리오균에 오염된 해산물을 익히지 않고 날 것으로 먹었을 경우 발생하는 원발성 패혈증은 급작스런 발열, 오한, 전신 쇠약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구토와 설사가 동반되기도 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의 치료방법은 항생제를 투여하는 약물치료와 함께 괴사가 일어난 피부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치료가 시행된다. 사람 간에는 전파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나 접촉자를 격리할 필요는 없다.


 
■예방 수칙을 지키자
비브리오 패혈증은 치사율이 50%에 이르며 쇼크에 빠질 경우 회복이 매우 힘들다. 또 발병 후 48시간 이내에 사망할 수 있으므로 여름철에 어패류를 섭취하거나 바닷물에 들어갈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주의할 사람은 간, 면역계통에 이상이 있는 고위험군이다. 경남 보건환경연구원은 "건강한 사람은 비브리오균에 감염된 어패류를 먹어도 배탈이나 설사 증상으로 지나갈 수 있지만 고위험군은 패혈증에 감염되기 쉬우므로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간염 간암 간경화 등의 간 질환자, 당뇨병 등 만성 질환자, 알코올 중독자, 암 빈혈 백혈병 환자, 장기이식환자, 면역결핍 환자 등은 7~8월에 어패류를 날로 먹지 않는 것은 물론 피부에 상처가 있는 경우 바닷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실제로 지난해 발생한 환자 43명 가운데 간 질환자가 24명, 당뇨병 환자가 14명, 알코올 중독자가 10명 등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어패류는 5도 이하의 저온에 보관하고, 가급적 빨리 조리하여 섭취하는 것이 좋다. 어패류 조리 시 바닷물을 사용하지 말고 흐르는 수돗물에 깨끗이 씻어야 한다. 비브리오균은 열을 가하면 없어지므로 어패류 조리 시 85도 이상 가열 처리를 하도록 한다. 이 때 어패류는 껍질이 열리고 나서 5분동안 더 끓여야 한다. 어패류를 다룰 때에는 장갑을 착용하고, 요리한 칼 도마 등 조리기구는 반드시 소독한 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해뉴스 /정상섭 선임기자 verst@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