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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뿌리를 아름답게 노래한 시인, 박재삼문학의 향기 - 박재삼 문학관
  • 수정 2018.07.17 16:21
  • 게재 2018.07.10 17:22
  • 호수 381
  • 15면
  • 정순형 선임기자(junsh@gimhaenews.co.kr)
▲ 노산공원에 자리잡은 박재삼 문학관. 매년 문학세미나와 학생 시 백일장이 열리는 곳이다.

 

쪽빛 물결 춤추는 노산공원
한려수도 바라보며 키운 정서

때 묻지 않은 시심(詩心) 노래
소박하고 정 많았던 시인의 자취
시 낭송 코너에선 추억 여행 선사



삶의 뿌리를 아름다운 언어로 노래한 서정시인, 박재삼을 찾아가는 길은 쪽빛 물결이 춤추는 삼천포 해변으로 이어졌다. 한려수도를 바라보는 삼천포항 끄트머리에 우뚝 선 노산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박재삼 시비'가 서 있다. 일제강점기였던 도쿄에서 태어나 네 살 때 8·15 광복과 더불어 돌아왔다는 시인이 남해바다를 내려다보면서 시심을 키웠다는 언덕에 세운 시비다.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 새 없이 와서는/ 간지럼을 주고 있는 것을 보아라…/ 아직도 천년을 되풀이 하고 있는 시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들아”
 

▲ 솔밭 산책길에 세워진 시(詩)비.


 소박한 자세로 때 묻지 않은 시심을 간직하려고 노력했던 시인의 면모가 드러난다. 소나무 그늘이 싱그러운 산책길 옆으로 조성된 잔디 마당 벤치에 앉아 있는 구리빛 박재삼 시인. 사람과 꼭같은 크기로 만든 동상 옆에 앉으면 도란도란 오가는 대화에 시간이 흐르는 것을 잊을 것 같다. 잔디 마당 뒤편에는 콘크리트 건물로 단장한 박재삼 문학관이 있다. 현관으로 들어가면 안내 데스크 옆에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 시인이 거닐던 언덕에서 내려다 본 삼천포항.

"진실로/ 세상을 몰라 묻노니/ 별들은 모슨 모양이라 하겠는가/ 또한 사랑은 무슨 형체라 하겠는가"
시인이 남긴 육필 원고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이다. 누구나 부담 없이 다가 서고 싶을 만큼 소박하고 정이 많았던 시인의 성품을 암시하는 공간이 아닐까. 전시실로 들어가면 시인 박재삼이 살다간 일대기를 적어놓은 연표가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진학을 못하고 삼천포여중 사환으로 일하던 박재삼이, 그 학교 국어교사로 근무하던 시조시인 김상옥을 만나면서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사연이 가슴을 울린다. 이후 야간 중학교를 거쳐서 삼천포고와 고려대에 진학할 때까지 줄곧 그를 이끌어 주었던 시조 시인 김상옥의 소개로 박목월, 서정주 등 한국 현대문학을 이끌었던 문인들과 인연을 맺은 과정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연보 옆에는 시인이 창작활동을 했던 '글방'이 재현되어 있다. 시인이 사용했던 책상과 안경, 지갑, 만년필, 스크랩북 등이 놓여 있다. 글방 벽에는 시인이 집필에 임하는 자세를 암시하는 글이 적혀있다.
 

▲ 소박한 분위기가 남아있는 ‘글방’.


"해와 달, 별까지 거리 말인가/ 어쩌겠나, 그냥 그/ 아득하면 되리라"

'시인은 작품으로 말한다'는 격언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글방 옆에는 시인의 글벗 민영이 쓴 소개 글이 있다.
 
"제 고향을 박재삼을 사랑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백년 세월이 지나도 그처럼 고향을 사랑하며 그리워하며 애태운 시인은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고향의 아름다운 참 모습을 노래할 수 있었다."
 
그런 글벗의 마음에 화답이라도 하듯 시인도 우정을 노래하는 작품을 썼다.

▲ 평소 담배를 즐겼던 시인 박재삼.

"마음이 한 자리에 못 앉아 있을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그토록 정이 많았던 시인의 노래를 직접 읊어 볼 수는 없을까. 팬들의 바람에 부응이라도 하듯 문학관 안쪽에는 시인의 작품 20편을 직접 낭송한 후 자신의 목소리를 USB에 담아갈 수 있는 주크박스가 설치되어 있다. 호기심에 잡아본 마이크.

  
"진주 장터 생어물전에는/ 바다 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울 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만큼 손 안닿는 한이던가…"
 
은은한 음악을 따라, 영상 화면을 타고 흐르는 시인의 노랫말을 따라 문학소년 시절로 추억 여행을 떠나는 출발점이었다.
 
사천=정순형 선임기자 junsh@


*찾아가는 길
경남 사천시 박재삼길 27(서금동).
△ 남해고속도로(95㎞)를 타고다가 사천대로
(15㎞)로 갈아타면 되면 된다. 약 1시간 50분 소요.

*관람 시간
① 오전 9시~오후 6시.
②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 추석 당일은 휴관. 055-832-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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