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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난민(難民)편집국에서
  • 수정 2018.07.11 09:33
  • 게재 2018.07.11 09:29
  • 호수 381
  • 19면
  • 정상섭 선임기자(verst@gimhaenews.co.kr)
▲ 정상섭 선임기자

난민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제주에 예멘 난민 500여 명이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근거 없는 주장과 가짜뉴스까지 확산되면서 난민 문제는 '외국인 혐오', '이슬람 공포증'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여성과 경제, 남북문제 등에 관해 나름 진보적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예멘 난민에 대해서는 혐오에 가까운 부정적 의견이 압도한다. 지난달 13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난민법, 무비자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에는 10일 현재 무려 68만여 명의 국민이 참여했다. 가히 난민, 이슬람 포비아(공포증)라고 부를 만하다.
 
난민에 대한 한국 사회의 거부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인터넷 댓글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요약하면 "강력범죄가 늘어나고, 유럽처럼 테러에 시달리게 된다"는 안전 위협론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여기에 "가짜 난민들이 가족들까지 다 데려와서 한국의 복지 혜택을 누리고, 일자리도 뺏을 것"이라는 무임 승차론과 "무슬림들은 자신들의 문화만 고집하며 자기들 방식대로만 산다"는 배타적 문화론 등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들 우려는 대부분 잘못된 정보, 막연한 추측 등에 의한 것으로 사실과 거리가 멀다. 형사정책연구원 등 공식통계에 나타난 외국인 범죄율(2016년)은 2.14%로 내국인 3.9%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외국인 중에서도 이슬람권인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는 미국 캐나다보다 낮은 범죄율을 보이며 범죄율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단순히 국적과 종교를 범죄 가능성과 연결짓는 것은 잘못된 편견과 오해라는 반증이다.
 
유럽 최대 난민 수용국인 독일에서 범죄, 특히 난민들의 성범죄가 폭증했다는 주장은 독일정부의 공식 자료를 통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이미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인터넷 상에서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
 
무임승차론도 마찬가지다. 난민법에 따르면 심사를 받는 6개월간 매달 43만 원의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난민 신청자 1만 3295명 중 생계비를 받은 사람은 3.2%인 436명에 불과했다. 더욱이 이번 예멘 난민의 경우 온라인에 떠도는 이야기들과 달리 생계비를 받은 난민신청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미 정부가 예멘인들의 제주 무비자 입국을 금지한 상황에서 무임승차론은 공허로운 주장이다.
 
우리는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해석한다. 그러나 '착시 현상'과 '기억의 편집'이라는 용어에서 보듯 우리의 눈은 정확하지 않다. 더구나 그 눈이 이미 잘못된 정보를 보고 난 다음이라면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이쯤에서 시선을 우리 안으로 돌려보자. 유엔이 창립된 후 최초로 공식적인 난민 구호활동의 도움을 받은 나라는 한국이다. 피난민, 즉 전쟁 난민은 유엔으로부터 구호물품을 지급받고 주거와 교육 지원을 받아 지금의 한국을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

일제 시대에는 일제의 탄압과 가난을 피해 북간도로 이주한 한국인들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조국의 독립운동에 한 축을 담당했다. 제주도의 경우 1948년 4·3 사건 때 군경의 학살을 피해 5천~1만 명이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들 모두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난민이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허 왕후, 처용 등도 '표류 난민'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정착하고 살면서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풍요롭게 살찌운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불온하게 여기고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은 인종주의에 기반한 차별이고 혐오이다. 이같은 차별과 혐오는 결국 우리 안의 약자와 소수자에게로 확산되기 마련이다. 장애인, 여성, 성 소수자, 탈북 주민들과 우리 사회의 수많은 '을'들이 잠재적인 피해자다. 예멘 난민 논란을 지켜보며 '우리 안의 난민'을 떠올리는 이유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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