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한림에 10마리씩 무리 지어
축사 동물, 고라니 물어 죽이기도
신고 받고 출동해도 포획 어려워



김해시 한림면의 주민들이 야생화된 '개떼'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적게는 6마리에서 많게는 10마리까지 몰려다니는 '들개' 무리는 논밭에 들어와 농작물을 망치는가 하면 축사의 동물이나 야생동물까지 잡아먹는 경우도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림면행정복지센터와 주민 다수에 따르면 '들개'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 겨울에서 올 봄부터였다. 농촌지역이라서 개에 목줄을 하지 않고 풀어서 키우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었지만 큰 개들이 대여섯 마리씩 무리 지어 다니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진돗개과 잡종견으로 추정되는 몸무게 10~20㎏ 안팎의 개들이 몰려다니자 10㎏ 이하의 덩치가 작은 개들도 무리에 합류했다.
 
한림면 신천리를 주무대로 삼고 있는 들개 무리의 등장은 주민들에게 위협감을 줄 수밖에 없었다. 신천리 망천마을 이 모(70·여) 씨는 "해질녘쯤 산책로에서 운동하는 주민들이 꽤 있는데 개들이 몰려다니니 해를 입을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걱정은 현실로 드러났다. 들개 무리는 논과 밭을 마음껏 뛰어다니며 농민들이 설치해놓은 비닐 시설물을 찢어놓고 올라온 싹들을 밟아 뭉개는 등 말썽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농민들은 주인 없는 혹은 주인을 알 수 없는 개들이 벌인 일에 피해를 따질 곳도 없어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들의 '반란'은 점점 심해졌다. 무리가 축사에 침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달에는 계사에 침입해 토종닭 20~30마리를 물어 죽였고 며칠 뒤에는 우사에서 쥐를 쫓기 위해 키우던 고양이 7마리를 물어 죽였다.
 
축사를 운영하는 정 모(74) 씨는 "고양이를 물어 죽인 것은 물론 지난 5월에는 개 10여 마리가 산에서부터 고라니를 쫓아다니더니 결국 동네까지 고라니를 몰아 물어 죽이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야생동물이나 다름없다"며 털어놓았다.
 
급기야 개 한 마리가 지난달 25일에는 행인의 발 부위를 무는 사건도 일어났다. 다행히 부상 정도는 심하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더욱 불안에 시달리게 됐다.
 
피해가 이어지다 보니 '개 민원'은 한림면 이장 회의, 한림면 행정복지센터, 한림면119안전센터에서도 주요 안건으로 떠올랐다. 주민들은 '개를 잡아 달라'며 행정복지센터와 면 119안전센터에 요청했다. 그러나 신고를 받고 막상 현장을 가면 개가 달아나 잡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개를 잡는다고 해도 주인이 있는 개인지도 알 수 없어 처리하기 쉽지 않았다. 마을 방송을 통해 '개가 있는 집은 목줄을 꼭 묶어놓으라'고 안내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달 들어 개 피해가 조금 줄어들었지만 언제 이들이 다시 나타날지 몰라 주민들은 여전히 마음을 졸이고 있다. 또 인적이 드문 농촌 지역에 개를 유기하거나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키우던 개를 버리고 가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어 야생화돼가는 유기견, 방치견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한림면 주민 김 모(68) 씨는 "들개 무리는 예방 접종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야생에서 사는 개가 사람을 물면 큰 사고가 일어날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김해시 농축산과 관계자는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나 관심은 늘고 있지만 이와 함께 발생되는 유기견 문제, 개물림 사고, 피해 등에 대한 대책은 미비한 상황이다. 예로 멧돼지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돼 있어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보상받을 수 있지만 개는 그런 법적 규제도 없다.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유기견, 개 야생화 문제에 대한 법적인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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