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공 가게 내부. 주말과 휴일이면 동남아 손님들로 붐빈다.

 
 

돼지갈비 덮밥, 아침·점심으로 많이 즐겨
 해물 쌀국수는 우리나라 해물짬뽕 그 맛

 어머니로부터 요리 배운 결혼이주민 사장
“드시는 분이 행복했으면” 즐겁게 운영

 기름 두르지 않아 아삭아삭한 볶음밥
 해물파전 떠올리는 반새우도 전통요리 하나




베트남 하면 쌀국수다. 월남쌈도 있다. 베트남 음식은 이렇게 우리 곁에 친숙하게 자리잡았다. 실제 베트남을 다녀온 사람들은 노점에 웅크리고 앉아 후루룩 한 그릇 해치운 쌀국수 '퍼'의 맛을 곧잘 이야기한다.
 
한국의 베트남음식점이나 뷔페 등지에서 내놓는 쌀국수나 월남쌈은 우리 입맛에 맞게 현지화 된 측면이 강하다. 그럼 실제 베트남 사람들은 어떻게 먹을까?
 
김해시 서상동 전통시장 인근에 있는 '사이공'에서는 한국화되지 않은 베트남 음식들을 접할 수 있다. 이주민들이 주고객이기 때문이다. 그때문에 '진짜' 베트남 음식을 맛보려고 오는 선주민(한국인) 손님들도 꽤 많다고 한다. 이 가게의 사장 한성영(36) 씨는 베트남 결혼이주민이다. 한국에 시집온 지 16년째, 그만큼 한국말도 유창하다. 초등생 아들도 둘 있다.
 

▲ 소고기 쌀국수(왼쪽)와 곁들이는 야채들. 다양한 허브와 생숙주가 제공된다.

 
쌀국수를 시키면 국수 한 그릇에 야채 한 접시가 따라 나온다. 육수는 사골을 3시간 정도 우려낸 것인데 구수해서 쌀국수 특유의 다양한 향들을 담아내기에 충분하다. 면은 칼국수 면처럼 넓으면서 아주 부드럽다. 거기에 양파와 고수, 싸 같은 채소들과 생강, 계피 등의 향신료가 곁들여진다. 따라 나온 야채 접시에는 숙주와 고수, 민트, 레몬, 오가이, 물라파, 상추 등이 담겨있다. 오가이와 물라파는 베트남 음식에서 쓰는 허브의 일종으로 오가이는 고수, 물라파는 방아와 비슷한 맛이 난다. 
 
국수가 나오면 테이블 위에 있는 매운 소스와 얇게 저민 마늘·고추 장아찌를 넣은 뒤 접시에 담긴 야채들도 필요한 만큼 추가하는 것이다. 한입 먹어보면 그야말로 온갖 향의 오케스트라다. 생각해보라. 민트와 고수, 오가이, 물라파, 생강, 계피, 마늘, 레몬, 고추들의 조합을. 다양한 향들은 이채롭지만 자극적이지는 않다. 구수한 국물이 이를 감싸는 것이다. 매끈거리는 면과 아삭아삭한 생 숙주의 조합도 식감을 돋운다.
 
쌀국수는 고명으로 올리는 고기의 종류에 따라 퍼보(소고기), 퍼헤오(돼지고기), 퍼가(닭고기)로 나뉜다. 또 돼지갈비와 햄을 올려주는, 후디우라는 쌀국수도 있다. 해물쌀국수는 우리나라 해물짬뽕과 비슷하다. 새우와 바지락, 오징어, 낙지 그리고 야채와 허브들을 넣고 끓이는데 베트남고추가 들어가 매운 맛이 강하다.
 

▲ 돼지갈비 덮밥(왼쪽)과 베트남 볶음밥.


베트남의 주식은 국수와 밥이다. 아침 점심 식사로 쌀국수와 덮밥을 주로 먹는다고 한다. 덮밥 중에서도 껌스언느엉(돼지갈비덮밥)이 가장 즐기는 음식이다. 숯불구이를 한 돼지갈비와 숭숭 썬 토마토, 오이 등을 밥에 올려 베트남김치와 함께 먹는 것이다. 베트남김치는 우리나라 백김치와 비슷한데 갓 같은 채소로 담근다고 한다. 또 조림음식인 덧코다우를 밥과 함께 먹기도 한다. 이는 돼지고기와 계란을 간장으로 조린 것이다.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베트남의 쌀은 안남미로 우리나라 쌀보다는 찰기가 떨어진다. 하지만 밥맛은 좋다.
 
밥과 관련된 베트남의 전통요리 중 하나가 볶음밥인 껌찌엔이다. 돼지갈비와 버섯, 양파, 당근, 완두콩 등 채소를 밥과 함께 볶은 것이다. 기름을 많이 두르지 않고 볶아 아삭아삭한 식감이 이채롭다.  
 
한 사장은 조리사 일을 하는 어머니 어깨너머로 요리를 배우고 또 흥미를 가졌다. 한국에 온 뒤 식당을 운영하고 싶었지만 아이를 키우느라 이리저리 미루다 지난 2012년 비로소 '사이공'을 열었다. "음식 만드는 게 재미있어요. 그리고 국수 한 그릇 끓일 때마다 드시는 분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 월남쌈. 미리 라이스페이퍼에 말아서 나온다.

우리나라에도 자주 접하는 고이꾸온(월남쌈)은 재료나 먹는 방식이 조금 차이가 난다. 돼지고기와 부추, 허브, 베트남장아찌, 오이, 후라파 등 재료를 반짱이라는 얇은 라이스페이퍼에 김밥처럼 말아서 먹기 좋을만한 크기로 잘라 접시에 담아낸다. 이를 느억맘이라는 전통 간장에 찍어먹는 것이다. 느억맘은 베트남 간장인데 우리나라 간장처럼 안 쓰이는 데가 없다. 생선에 소금과 설탕 등을 뿌려 발효시킨 것으로 고추와 마늘 설탕 식초 등을 넣고 졸여서 먹는다. 살짝 찍어 먹어 보면 짠 맛은 약한 대신 달콤 매콤한 맛이 어우러져 있다. 
 
베트남은 국토의 한쪽 면이 바다를 끼고 있어 해물요리도 많다. 해물탕은 돼지뼈 육수에 오징어와 낙지, 바지락과 소고기, 그리고 버섯과 숙주 쑥갓 같은 야채를 넣고 끓인다. 맵고 진해서 우리나라 해물탕과 비슷한 느낌이다.

▲ 전통간장인 느억맘.

또다른 베트남의 전통음식 중 하나가 반새우라는 지짐이다. 쌀가루와 코코넛 파우더에 계란을 넣어 반죽을 만들어 프라이팬에 얇게 굽다가 위에 닭고기와 새우, 죽순, 버섯, 당근, 양파, 쪽파 등 재료를 넣어 익힌 뒤 반을 접어 반달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반으로 접은 해물파전이나 피자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베트남 사람들은 반미라는 샌드위치도 간편식으로 즐긴다. 프랑스 강점기 시절에 바게트 빵이 서민들에까지 퍼졌는데 이를 반으로 잘라 속에 돼지고기와 햄, 계란, 당근, 무 등을 넣은 것이다.
 
김해뉴스 /이정호 선임기자 cham4375@


▶사이공 : 김해시 분성로 335번길 9-1(서상동) 2층. 010-4919-2986.
쌀국수·해물쌀국수·후디우·돼지비빔국수 : 7000원, 돼지갈비덮밥·껌찌엔(볶음밥) : 7000원, 반미(샌드위치) 6000원, 고이꾸온(월남쌈) : 1만 5000원(2인분),  반새우(지짐) : 1만 5000원(2인분),  해물탕: 5만 원.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