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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순응하는 삶은 그 자체로 인간에 대한 포용력 키워내 삶을 비춘 이 한 권(9) >>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나갑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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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1.10.25 09:48
  • 호수 46
  • 11면
  • 나갑순 수필가(report@gimhaenews.co.kr)

   
 
'산꼭대기로 눈을 들어 아침의 탄생 지켜보렴/ 나뭇가지 사이로 지나는 바람의 소리 들어보렴/ 대지인 모노라에서 생명이 솟는 걸 느껴보렴/ 그럼 체로키의 이치를 알게 될 거야./ 새벽이 올 때마다 삶 속에 죽음이 있고/ 죽음 속에 생명 있음을 알게 되리니'
 
포리스트 카터(Forrest Carter, 1925~1979)가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 동부 체로키 산에서 조부모와 함께 보냈던 유년 시절을 회상하며 기록한 책 속의 한 대목이다. 이 자전적 소설에는 작가의 경험이 그대로 담겨 있다.
 
주인공 '작은나무'는 다섯 살 때 부모를 잃고 체로키족 혈통을 이어받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산속에서 살아간다. 손자와 할아버지 사이에 전해지는 삶의 방식은 독자를 감동시킨다. 자연의 이치에 따르는 삶, 이웃에 대한 사랑과 이해, 종교와 정치에 대한 철학들이 인간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와 닿는다.
 
'작은나무'는 사냥과 농사일, 위스키 제조 등 할아버지의 일을 도우면서 생활에 꼭 필요한 것만을 자연에서 얻는 인디언 생활방식을 터득해 나간다. 환경문제, 인종문제, 나아가서는 교육문제에 이르기까지. '작은나무'는 지혜로운 할아버지의 가르침으로 욕심 부리지 않는 삶과, 인간도 자연을 존중해야하는 이치를 배운다.
 
마음이 쓸쓸하고 팍팍한 날이면 나는 이 책의 '작은나무'를 생각한다. 나의 할아버지, 아버지 역시 농부였다. 한 해의 수확을 온 가족과 나누며, 집안 경제와 농사이야기, 마을 이야기, 가끔은 또 다른 곳의 세상 풍경을 들려 주셨다. 이미 흙이 되신 지 오래지만 그 분들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의 근원적 힘이다. 자연과 더불어 지낸 유년시절의 체험들은 내 문학세계의 근간이 되고 있다.
 
요즈음 나는 주인공 '작은나무' 또래의 어린이들을 돌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봄빛 같이 유순한 80여명의 아이들과 가까운 유적지 봉황대를 산책할 때는 나무와 열매, 바람의 향기를 더불어 느낀다. 여린 영혼의 풀밭에 행복과 평안, 사랑, 창의성을 기르는 햇볕을 선물하고 싶다. 김해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주는 소중함과, 가족과 이웃과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르치고 있다.
 
가을이 깊어 갈 이즈음, 봉황대에 가면 고운 단풍잎과 도토리와 다람쥐를 만날 수 있다. 푸른 잎들이 고운 단풍으로 물들었다가 마침내 낙엽이 되어 흙으로 돌아가 지렁이들을 키우는 자연의 순환을 통해, 아이들이 생태환경의 소중함을 직접 느끼도록 한다. 그래서 자연에 순응하는 삶이 그 자체로서 인간에 대한 포용력이라는 것도 알려 준다.
 
이런 유년기 체험들을 가지고 훗날 어른이 되어, 주인공 '작은나무'처럼 고된 삶의 그루터기들을 잘 넘을 수 있는 힘을 주고 싶다. 영혼이 따뜻했던 지난 시간들을 기억하는 것은 살아가는 동안 큰 힘이 될 것이다.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모든 것은 자연에서 비롯됨을, 우리는 극히 작은 자연의 한 부분임을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자연의 운행질서에 켜켜이 쌓여가는 시간의 속 지혜라는 사실을 느낀다.
 
영혼의 따뜻한 햇살이 그리울 때, 나는 이 책을 펼친다.


   
 
>> 나갑순은
양산 출생으로 1990년 '한국시' 수필부분 신인상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한국문인협회·한국수필가 협회·경남문협 회원이며, 현재 가야여성문학회 회장과 김해여성복지회관 부관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호수에 그린 수채화'가 있으며, 2010년 동인지 '다락방이야기'를 출간했다. 공립 김해어린이집 원장으로 사회복지와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생태창의학습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감수성보육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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