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산다는 건 무엇인가?"
 실존인물 등장… 굴곡진 삶 조명



나이 오십 중반에 공장에 다시 들어가 일한 경험을 토대로 스산한 삶을 살아내야 하는 노동자를 그린 소설집 <폐허를 보다>로 만해문학상을 받은 노동자 출신 이인휘 작가. 노동자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온 그가 1년여 만에 노동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장편소설 <노동자의 이름으로>를 내놨다.

책은 13년 전 슬도에 들어온 광주가 전처 미경의 방문을 두고 이웃에게 '도대체 인간은 어떤 존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단 말이지. 도대체 산다는 게 뭐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미경은 광주에게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투쟁하고 있는 아들 개벽을 데려오라고 고함친다. 10여 년간 묻혔던 기억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소환됐고, 광주의 파란만장한 생이 펼쳐진다.

평범한 자동차공장 노동자였던 광주는 어용노조를 물리치고 노동자끼리 연대해 뭔가를 이뤘던 1987년 7월 25일을 잊지 못한다. 사람답게 살기 위한 민주노조의 필요성을 절감한 이들이 노조를 중심으로 엄청난 순수익을 창출했던 공장을 상대로 성과급을 요구했지만 정부의 탄압까지 더해지면서 노동자의 입지는 위축된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 의지도 없고, 공장을 변화시킬 힘도 관심도 갖고 싶지 않단 말이야. 평범하게 밥이나 잘 먹고 살면 그걸로 충분한데 내가 잠시 미쳐서 날뛰었던 거지'라며 후회하던 광주는 친한 후배였던 양봉수가 회사에 협조적이었던 노조에 항의하며 분신자살하자 노동 운동에 깊숙이 개입한다.

1998년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감행했지만 결국 감옥에 가게 되고 그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광주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노동운동은 물론 가족과도 등진 삶을 살던 중 13년 만에 찾아온 미경의 방문으로 아들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아들 얼굴을 볼 낯이 없는데….

<현자노조(현대자동차노동조합) 20년사>를 바탕으로 쓰인 소설 속 등장인물 가운데 양봉수, 서영호, 정재성 열사는 실존 인물이다. 현대차노조를 중심으로 한 노동자들의 굴곡진 삶을 그렸으되 다양한 허구의 인간군상이 펼쳐내는 노동 이야기가 거미줄처럼 얽히면서 소설의 감동은 배가 된다.

아버지 세대에서 아들 세대로 이어지는 업보 같은 노동자의 삶. 책 전반에 걸쳐 수시로 던져졌던 '인간답게 사는 것'을 다시 생각해본다. 늘 제자리인 삶인듯하지만 그래도 후세대의 삶은 달라질 것을 기대하면서.

부산일보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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