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원재 김해뉴스 독자위원·사회적협동조합 김해문화네트워크 이사장

2007년도부터 해마다 한국 사회의 소비 흐름을 전망해 온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지난해말 발표한 올해 소비 트렌드를 살펴보면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라는 현상인 왝더독(Wag the Dog) 이야기가 나온다. 왝더독은 2018년 개의 해를 맞아 10대 소비 트렌드의 영문 앞글자를 조합해 만든 표현으로 여기에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일과 생활의 밸런스를 추구하는 워라밸 세대' 등이 포함돼 있다.

이같은 예측은 지금까지의 소비 패턴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을 포함하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가 지난 지금 살펴보면 이 이야기들이 거의 대부분 맞아들어가는 듯하다.

국내 이슈들의 진입 속도가 다소 느리게 전달되고 반응하는 김해에서도 이러한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되고, 직접 목격하게 된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변화에 대한 반응의 속도가 대안을 만들어내는 속도를 뛰어넘은 지가 오래다. 김해에서도 도시재생과 뉴딜사업 등을 필두로 음악창작소, 지역거점형 콘텐츠기업 육성센터 유치 등이 추진되고 있다. 나아가 차후 도시성장과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노력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시대적인 흐름으로 보았을 때 이같은 성과와 노력들은 매우 바람직할뿐더러 김해시와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일궈낸 성과물이라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그 이면에 남아있는 찝찝함은 어쩔 수 없는 마음이다.

2018년이 하반기로 접어들었지만 꾸준하게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청년 일자리, 콘텐츠의 제작을 위한 기초작업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반면 청년창업, 일자리창출, 콘텐츠육성 등 사업의 결과물을 내기위한 부분에 집중이 되어 본질이 흐려지고, 지속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사람까지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듯하여 안타까울 따름이다.

특별히 많은 사회적 이슈들이 청년들에게 집중되면서 단계를 뛰어넘은 지원이나 정책들이 조금은 균형을 잃은 듯 보이기도 한다. 대부분의 정책과 지원사업들의 구체적 실행방안이 김해의 현실을 기반으로 하기보다는 서울이나 이미 성공한 선진사례들에 기초하다보니 지역의 현재성과는 거리감이 생길 때도 많다. 조금은 더 기본으로 돌아가 지역을 연구하고,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싹을 길러내는 일들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또한 현재 시행되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젊음을 강조하고 있지만 오히려 틀에 가두어 젊음의 유연성과 창의성을 제한하는 모습을 적지않게 지켜본다. 다양한 젊음을 인정하기보다는, 착한 젊음들만을 추구하고 있는듯 하다.

많은 청년사업들을 추진하면서 "김해에는 청년들이 없다"는 아쉬움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조금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해보면서 김해에 청년이 없는게 아니라, 드러난 청년들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많은 청년들이 곳곳에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가며, 자기만의 색깔로 주변을 물들이고 있다. 다만 착한 젊음이 필요한 곳에서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까? 다시 '사업'보다 '사람'을 보아야 한다. 슬로우시티에 걸맞게 느림의 미학으로 여유롭게 그들의 성장과 실패를 응원해주며 기다려야한다. 1년이 아닌, 10년과 100년의 계획으로 판을 짜야한다.

거꾸로 가는 일, 손님과 주인이 뒤바꿔져 있었던 일을 되돌릴 그런 용기가 이제 김해에서는 필요한 시점이다. 오랜 시간 잠자고 있던 김해의 젊음이 다시 깨어나 활개를 치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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