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역사문화도시’를 준비하며 최근 3주간 국내외 선진지역을 방문했다. 경북 경주, 전북 전주, 일본 교토·요코하마 순이었다.

공교롭게도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도시재생사업과 맞물렸다. 더군다나 취재차 방문했던 지역은 대부분이 문화를 기반으로 도시재생을 시도한 곳이어서 현재 김해시가 진행 중인 도시재생사업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았다. 물론 지역마다 우수사례는 조금씩 달랐다.

일본 요코하마의 경우는 역사적 건축물을 시민활동의 거점으로 활용한 점이 돋보였다. 특히 오래된 은행 건물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뱅크아트1929'는 고상한 도시디자인 형성과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켰다. 100년 된 폐창고를 문화상업시설로 개조한 '아카렌가'도 지금은 내외국인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교토시는 보존하며 사용하는 균형정책으로 눈길을 끌었다. 교토에는 각종 사찰·신사·성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것만 17개가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문화재·전통건축물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보존되지만, 때론 활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기온거리에 늘어선 전통가옥들은 최근 도자기 등 지역의 예술품들을 판매하는 상점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부분 300~400년 된 건물들이다. 주민들은 가옥을 그대로 보존한 채 지역문화를 알리는데 활용하고 있다. 

전북 전주에서는 시의 지원이 종료된 후에도 자생적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강력한 시민의지'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핫플레이스가 된 한옥마을도 민간이 소소하게 열었던 재즈 행사, 산조 공연 등에서 비롯됐다. 남부시장에 자리한 청년몰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됐지만, 현재는 지역청년들이 자생적으로 잘 운영해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지역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민관의 협력이 잘 이뤄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해내고자 했던 강력한 시민의지도 한 몫을 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취재를 하며 가장 놀라웠던 부분이면서, 동시에 가장 부러웠던 부분이기도 하다. 문화도시 또는 도시재생사업과 관련해 평소 '이게 가능한 걸까?'라고 느꼈던 의문점이 '가능하다!'라는 확신으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김해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구도심인 회현동(봉리단길) 일원에는 문화예술 거점공간인 '봉황예술극장'이 들어선다. 시는 기존의 폐가를 리모델링해 영화 상영장과 연극 공연장, 북카페 등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동상동에는 청년몰이 세워진다. 동상시장 안 3층짜리 건물에 개성 넘치는 복고다방·카페·주점·식당 등 25개의 청년상인 점포가 조성될 예정이다. 또 삼방동 '오래뜰 먹자골목' 인근에도 청년상인들을 중심으로 '대학타운형 3-방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된다.

김해에서 도시재생사업이 본격 추진되면서 낙후된 구도심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관이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팔걸이 원칙'을 내세우는가 하면,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물론 사업 진행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고, 누군가와 갈등을 빚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민관의 협력'과 '강력한 주민의지'가 바탕이 된다면, 결국 사업은 주민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김해뉴스 /이경민 취재2팀장 mn@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