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철진 생명나눔재단 사무총장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사회적경제 학부 운영 대학 20개로 확대하고 초중고 교과서에 사회적경제 내용 반영한 교육을 추진하는 등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계획을 추진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혜택을 받는 포용성장, 따뜻한 성장의 기반을 다져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계획을 환영하면서 얼마전 흥미롭게 읽었었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의 작은 시골마을의 빵집주인 '와타나베 이타루' 가 쓴 책이다. 책 제목은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이다.

이타루와 그의 아내는 자연효모를 이용해 빵을 만들고 빵 가게를 운영한다. 부부는 산 속에 빵집을 열었고 고택에 붙어사는 천연균을 이용해 발효시킨 빵을 만든다. 특히나 이 빵집의 경영 이념은 이윤을 남기지 않기다. 그럼에도 그들이 만든 빵의 가격은 비싼 편이다. 이유는 제대로 된 먹거리에 정당한 가격을 붙여서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팔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일주일에 사흘은 휴무이고 매년 한 달은 장기 휴가로 문을 닫는다. 일반적인 경영과 마케팅 성공 잣대를 무시하고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방식과 타협하지 않고 최고의 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아울러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경제활동을 하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들은 노동력을 사고 임금을 지불한다. 생산 수단을 가진 자본가들은 자본주의 사회라는 체제에서 경쟁을 하게 되는데 보다 많은 상품들을 만들어 팔아 그 이윤을 최대한 창출해야 한다. 그래서 원자재 값을 좀 더 싸게 구입하고 노동자들에게서 노동력을 좀 더 착취해 많은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길게 해 이윤을 늘리는 방법이 상투적 수법이 되어 버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슈가 되고있는 주52시간 노동시간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타루는 노동력을 값싸게 만들기 위해 상품값을 내린다는 것이 마르크스가 밝혀낸 자본주의의 구조라고 말한다. 상품의 가격을 떨어뜨리면 노동력이 값싸지고 노동력이 값싸지면 상품 가격도 떨어진다. 그 끝없는 반복 속에서 상품과 노동력의 질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이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숙명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돈은 시간이 지나도 흙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영원히 부패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부패는커녕 오히려 투자를 통해 얻은 이윤과 대금업을 통해 발생하는 이자로 인해 끝없이 불어나는 성질을 지녔다고 한다. 인위적으로 동원한 균이 부패하지 않는 음식을 탄생시키는 것처럼 인위적으로 동원한 돈은 부패하지 않는 경제를 낳는다고 한다. 바로 이 부패하지 않는 돈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낳았다고 보고 있다. 자연의 활동에서 보면 크게 벗어난 부자연스러운 악순환이라는 것이다.

시골빵집에서 찾아낸 부패하는 경제의 핵심을 요약하면 발효, 순환, 이윤 남기지 않기, 빵과 사람 키우기였다. 이타루가 경영하는 빵집은 스태프 5명, 아르바이트 3명, 와타나베 부부까지 모두 10명이 일하고 있다. 직원들은 매주 화·수요일은 쉬고 1년에 한 달은 장기 휴가를 가진다. 부부가 생활 할 수 있는 돈과 임금정도가 되는 돈을 벌고 그만큼 재충전 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윤창출이 목적이 아닌 경영" 자본 중심의 썩지 않는 경제에서 거듭 발효하여 썩는 경제로, 빵의 발효와 부패 사이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적 삶을 찾고자하는 이타루의 경영방식이 사람을 위한 사람의 경영으로 느껴진다.

결론적으로 저자 이타루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재료를 이용하여 빵을 만들고 그러면서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의 상점가들은 지역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 되었다. 이렇게 장인정신을 가긴 작은 상점들이 대형자본에 맞서면서 자본주의 사회에 조금씩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노력들을 하여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 사회적 경제를 제안하고 있다. 정부가 건강한 사회적경제 기반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와타나베 이타루'가 실현하고자 했었던 삶의 가치와 지역공동체를 참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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