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기온이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한밤 중에도 30도에 육박하는 초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냉방병'을 호소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 냉방병은 실내외 심한 온도 차에 인체가 잘 적응하지 못해 생긴다. 한여름 무더위로 인해 생기는 일사병, 열사병 등 온열질환만큼이나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흔히 여름감기로 불리는 냉방병이다. 특히 에어컨 속의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돼 생기는 '레지오넬라증'은 폐렴을 일으키고 심할 경우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의 불청객인 냉방병, 어떻게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을까.

 



실내외 온도차가 원인… 감기 증세 흔해
오한 발열 근육통 소화장애 등도 대표증상
레지오넬라증은 폐렴으로 진행, 특히 '주의'
실내외 기온 5~8도 이내 유지, 환기도 필요



■냉방병은 왜 생길까?
냉방병은 의학적 명칭은 아니다. 혈액검사나 방사선검사 등으로 진단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확한 용어는 '냉방증후군'이다. 실내외 온도차가 섭씨 5~8도 이상 지속되는 환경에서 장시간 생활할 때 온도차에 적응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냉방병의 주요 원인으로는 실내외 급격한 온도 차이로 인한 자율신경계 기능 이상이 꼽힌다. 우리 몸에서 자율신경계는 체온과 심장박동 수, 호흡 수 등을 조절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운 여름철에 몸이 정상체온 범위(섭씨 36~37.5도)를 벗어나면 자율신경계가 작동해 땀을 배출시킴으로써 열을 내보낸다.
 
또 우리 몸은 계절 변화에 따라 더위를 견딜 준비를 알아서 하도록 세팅돼 있다. 따라서 무더위에 만반의 준비를 한 우리 몸의 입장에서 장시간의 과도한 냉방은 자율신경계를 교란시키는 예상치 못한 복병인 셈이다.
 
냉방병의 주증상은 오한, 발열, 콧물, 근육통 등이다. 여름에는 차가운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아 자율신경계 기능 이상으로 위장 운동기능이 조절되지 않는 사례도 흔하다. 냉방병 증상 중에서 배탈, 설사, 구토 등 소화장애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에어컨이 내뿜는 세균 레지오넬라균
실내외 온도 차에 의한 냉방병 외에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돼 생기는 '레지오넬라증'이다.
 
지난해 인천의 한 모텔에서는 투숙객이 레지오넬라증 환자로 판명돼 모텔이 폐쇄되기도 했다. 레지오넬라증은 지난 2000년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됐으며, 해마다 병원, 숙박업소 등에서 20~30명의 환자가 신고되고 있다.
 
레지오넬라증은 누구나 감염될 수 있고 치사률이 5~30%에 달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폐질환자와 흡연자, 당뇨환자, 신부전증환자, 면역저하자 등은 감염되기 쉽고 치사율도 높아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레지오넬라균은 박테리아의 일종으로 주로 대형건물의 냉각탑과 수도배관, 배수관 등에 서식한다. 작은 물방울 형태로 공기 속에 퍼져, 호흡기를 통해 우리 몸으로 들어온다.
 
레지오넬라증은 치명적인 폐렴형과 보다 가벼운 독감형(폰티악 열)의 두 가지로 구분된다. 폐렴형은 평균 일주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 오한, 가래를 동반한 기침, 근육통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폐렴 증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폐농양과 호흡부전, 쇼크, 신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독감형은 하루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 및 오한, 마른기침 등 경미한 증상을 보이다 별다른 치료 없이도 2~5일이면 호전된다.
 
레지오넬라증은 다행히 사람 간의 전파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 있는 여러 사람들이 기침, 발열, 오한 등 증상을 보인다면 냉각수 오염으로 인한 레지오넬라증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에어컨, 선풍기 등 냉방기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냉방온도를 25~26도 정도로 유지하고, 외부와의 기온차이를 5~8도 정도 이내로 조절해야한다.
 
에어컨을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레지오넬라균은 에어컨 등의 오염된 물 속에 있다가 작은 물방울 형태로 공기 중에 퍼지기 때문에 대형 건물에서는 오염된 냉각수가 냉방기를 통해 전체 건물로 확산되지 않도록 주기적인 청소와 소독이 필요하다.
 
다만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어컨은 냉각수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신 가정에서는 2~4시간마다 5분 이상씩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주고, 2주에 한 번 정도는 에어컨 필터를 청소해 줘야 한다.
 
특히 좁고 밀폐된 자동차는 레지오넬라증에 취약한 환경이기 때문에 관리해야 한다. 에어컨을 켤 때 냄새가 난다면 곰팡이가 서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정기적으로 필터를 교체하고, 목적지에 도착하기 최소 5분 전에는 에어컨을 끄고 송풍 모드를 작동시켜 에어컨 배관 안의 물기를 말려주는 것이 좋다.
 
자신이 유독 추위에 약하다면 보온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사무실, 극장 등에서는 얇은 겉옷 등을 준비하고, 따뜻한 차를 자주 마셔 수분보충과 함께 몸의 온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습도 조절도 관건이다. 실내 습도를 60% 이하로 유지하면 방의 온도를 많이 낮추지 않아도 상대적으로 쾌적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다.
 
김해뉴스 /정상섭 선임기자 ve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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