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풍파 속 새겨진 깊은 상흔
제주 곳곳 건축물 시대별 정리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근현대의 질곡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깊은 상흔이 새겨진 제주도.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제주의 건축물에 눈을 돌렸다. 그는 <제주 근대건축 산책>을 통해 제주도민의 삶과 철학,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건축물을 꼼꼼하게 훑어내렸다.

일제강점기, 해방 전후 혼란기, 사회 안정기 등 연대별로 나뉜 책은 시대별로 제주도 곳곳에 흩어져 있는 건축물을 보여준다.

마을 어부들이 관리와 운영을 맡은 민간 등대 도대불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아픔이 진하게 밴 알뜨르비행장,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그대로 보여주는 4·3성, 중요한 문화공간이었던 옛 현대극장 등 귀한 건축물이 역사와 함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국전쟁 때 군예대(軍藝隊)로 쓰였던 일식 상가,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제주대 옛 본관, 제주 최초의 시멘트 벽돌조 건물인 옛 제주시청사와 같은 이미 사라져버린 근대 건축물은 사진으로 진한 아쉬움을 전한다. 책 말미엔 제주도를 기반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친 건축가 김태식 김중업 김한섭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다.

부산일보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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