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 소외된 대중극 집중조명
효율적 인력 양성 시스템에 주목



'1930년대 조선 연극의 정점이었고, 대중극의 총화였으며, 기존 실패의 경험과 성공의 쟁취가 모인 특별한 공간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연극전용극장으로 꼽히는 '동양극장' 얘기다. 한국 대중극의 중심에 있었던 동양극장이 두툼한 책 2권으로 부활했다. 문학과 영화, 연극을 넘나들며 활발한 평론 활동을 하고 있는 김남석(부경대 교수) 평론가가 <조선대중극의 용광로 동양극장 1, 2>를 펴냈다.

김 평론가가 동양극장에 주목한 것은 한국 연극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대중극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는 데 있다. 그는 "한국 연극이 근대적 성과가 높은 극예술연구회 중심으로 연구되면서 대중극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며 "일반인들이 주로 보는 대중극의 최정점에 동양극장이 있었다. 한국 연극의 또다른 축으로 연구할 가치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동양극장에 대한 자료 수집은 무려 10여 년에 걸쳐 이뤄졌고, 집필하는 데만 2년여를 들였다. 당시 3대 일간지였던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신보를 샅샅이 훑어내리며 조각난 정보를 퍼즐 맞추듯 맞춰나갔다. 책의 이해를 돕고 있는 기사와 광고, 관련 사진, 작품 목록 등은 치밀한 자료 수집의 결과물이다.

'동양극장의 공연사와 공연 미학'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책은 동양극장의 설립에서부터 설립자 홍순언을 비롯한 주된 운영자들, 극장 시설, 소속 극단들, 임선규 등 극장을 대표하는 극작가와 전속 배우들은 물론 공연 제작 시스템과 활동 전반을 집대성했다.

전반기(1935~1939)와 후반기(1939~1940)로 나뉜 동양극장의 행보는 오늘날 연극계에도 많은 교훈을 준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동양극장의 인력 양성 시스템.

일제강점기 설립됐지만, 현대 극단을 능가할 만큼 효율적이다. 청춘좌와 호화선이라는 직속 전속극단을 뒀고 배구자악극단과 조선성악연구회 등과 같은 부속극단을 운영해 인력을 키웠다.

1936년 선보인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는 오늘날에도 간간이 무대에 오를 만큼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야말로 멀티 엔터테인먼트사이자 '대중극 용광로'가 된 셈이다.

김 평론가는 "대중극이 가지고 있는 관객의 호응 등을 지속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양극장에 오른 작품과 관련된 무대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3권도 집필 중이다.

부산일보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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