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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도시 전주,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 나간다김해 역사문화도시 발돋움 프로젝트 ② 강한 시민의식으로 자생력 갖춘 '전주'
  • 수정 2018.08.14 15:39
  • 게재 2018.08.07 15:31
  • 호수 384
  • 7면
  • 이경민 기자(min@gimhaenews.co.kr)
▲ 빈 공장 건물에 들어선 복합문화공간 '팔복예술공장'.

 

백제 수도이자 조선왕조 발상지 '전주'
2002년 전통문화특구 '전주한옥마을' 육성
지난해 연간 방문객 1067만 명 기록

시민 위한 문화거점 공간 연달아 개관
창작소 '동문길60' 입주작가에 운영 맡겨

생활문화연습공간 '전주시민놀이터' 인기
옛 공장부지에 '팔복예술공장' 문 열기도




"한바탕 전주, 세계를 비빈다."
 
전북 전주를 대표하는 도시슬로건이다. 슬로건은 그 도시가 지닌 역사와 문화를 오롯이 담아내야 한다. 예향의 도시, 비빔밥 등 전주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들이 짧은 문장에 센스 있게 담겼다. 전주 입구에서 만난 뜻밖의 재치에 살짝 웃음이 났다.
 
전주는 우리나라에서 천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몇 안 되는 도시 중 하나다. 견훤이 세운 후백제의 수도이자 조선왕조의 발상지라는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한옥·한식·한지 등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를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수 백 채의 한옥으로 이뤄진 마을이 도심에 형성돼 있고, 연간 1000만 명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지금의 전주를 만드는 데는 민관협력이 큰 역할을 했다. 지역문화를 살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려는 강한 시민의지도 힘을 보탰다. 최근 전주에 들어선 문화거점 공간들을 들여다보면 문화도시를 조성하는데 시민의 힘이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했는지를 알 수 있다.
 

▲ 전주한옥마을 전경(위).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전주한옥마을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민관 협력 돋보인 전주한옥마을 조성사업
전주한옥마을은 완산구 풍남동과 교동 일원에 위치해 있다. 한옥 625동과 일반건축물 174동으로 이뤄져 있으며, 2017년 10월 기준 1189명이 거주한다.
 
1970년 전후까지만 해도 한옥마을은 부촌이었다. '문화연필', '백양메리야쓰' 같은 유명기업이 자리했다. 산업화시기를 거치면서 기업들은 공단으로 이전하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이후 풍남동·교동 일대는 한옥보존지구로 지정된다. 개발행위가 제한되자 한옥마을은 빈민촌으로 전락했다. 주민반발이 높아졌고 시는 결국 한옥지구를 해제하게 된다.
 
한옥마을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우리나라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유치하면서부터다. 전주는 당시 개최도시 중 하나로 선정됐다. 시는 이를 계기로 전 세계에 전통문화도시 전주의 위상을 알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10년 간 600억 원을 투입해 '전통문화 특별구역'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전주시는 2002년 한옥보전지원조례를 만들고 전통문화특구를 '전주한옥마을'로 명명했다. 지원조례를 통해 한옥 개·보수를 지원하고, 2004년 '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을 결성한다. 민관의 공동노력은 문화관광부의 ‘전주 전통문화도시 육성 기본계획 수립'으로 이어졌다.
 
부단한 노력 끝에 2010년부터 한옥마을은 전성기를 맞는다. 지난해 상반기 빅데이터 조사결과(이동통신사, 카드사, 공공분야)에서 연간 방문객이 1067만 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기도 했다.
 
마을 곳곳에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봉인된 '경기전', 전주부성 4대문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풍남문', 한국 천주교 순교 일번지 '전동성당', 전주전통문화관, 최명희문학관 등 중요 시설들이 산재해있다. 덕분에 역사·문화적으로도 의미 있는 관광지가 될 수 있었다.
 
전주문화재단 장걸 사무국장은 "15년 전 전주시장이 민관 거버넌스를 아주 잘 구축했다. 관은 판을 깔아줘야지, 틀을 미리 짜놓으면 안 된다. 전주지역 활동가들은 꽤 힘 있게 움직인다. 정책을 만들 때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사업은 정책, 역량이 함께 움직여야한다. 이러한 모든 것이 현재의 전주를 끌어내는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 위한 문화거점 마련
최근 한옥마을 인근에는 지역예술인, 전주시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시설이 차례로 들어섰다.
 
올 초에는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이 손을 잡고 25년간 버려졌던 공장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 '팔복예술공장'을 열었다. 1979년 설립된 카세트테이프 회사 '쏘렉스'는 한때 3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릴 만큼 번창했지만, CD음반이 인기를 끌면서 1991년 폐업하고 말았다.
 
폐허와 다름없던 공장은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1단지 1층에는 주민들이 바리스타로 일하는 카페 '써니', 입주 작가가 머무는 창작스튜디오가 들어섰다. 2층은 공장 건축미를 그대로 살린 전시실과 옥외 전시 공간으로, 3층은 휴식 공간 '옥상놀이터'로 활용된다. 현재 단장 중인 2단지는 대형공연장·전시장 등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팔복예술공장기획단 이주경 담당자는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한 '폐산업 유휴공간 재생사업'중 하나다. 중요한 것은 문화사업의 수혜자는 공공 또는 문화기획자가 아닌, 시민과 지역예술인이 돼야한다는 것이다. 올 초 지역출신 작가 3명 포함, 11명의 입주 작가를 뽑았다. 곧 예술교육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2013년 3월에는 24시간 개방형 생활문화 연습공간인 '전주시민놀이터'가 세워졌다. 동문예술거리 조성사업의 거점이 된 공간으로, 시민들이 주체적·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각 분야 동호회의 연습실 또는 시민교류의 장으로 활용된다.
 
1층에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떠듬공간'이 마련돼 있다. 전주시민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가능하다. 방음시설을 갖춘 2층 '소리놀이터'는 각종 음악공연을 연습하기 위한 공간이다. 3시간 기준 1만 2000원~1만 6000원의 대관료를 지불해야 한다. 3층은 댄스 연습실 '모듬공간'과 빔 프로젝트를 갖춘 '세미나실'로 꾸며졌다. 대관료는 3만 6000원 선이다.
 
4년 동안 대관은 1만 2478회, 이용객은 9만 5974명을 기록했다. 회원은 2017년 기준 개인 252명, 단체 496팀이다. 회원가입을 하면 30~50%의 이용료 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다.
 

▲ 예술인 창작공간 '동문길60'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입주 작가가 1년 간 직접 맡아 운영한다.


2015년 7월에는 또 다른 예술인 창작공간인 '동문길60'이 문을 열었다. 전주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전시·공연·체험 행사 등을 진행한다. 개관 후 2년 동안은 매년 공모를 통해 입주 작가 3명을 선발하고 공간을 직접 운영하게 했다. 지난해부터는 개인이 아닌 단체가 맡고 있다. 지역예술가, 문화단체, 인근 주민 등이 참여하는 체험마켓도 주기적으로 개최한다.
 
장걸 사무국장은 "지원금은 휘발성이 굉장히 높다. 기획자는 지원금 유무로 사업진행 여부를 결정하면 안 된다. 자신의 의지와 가치, 철학이 반영된 사업을 기획하고 지역사회의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시와 민간은 꾸준한 소통을 통해 살리고 싶은 지역의 문화가 무엇인지 서로 합의를 보고 실행해나가야 한다. 관은 관련단체·지역리더들을 모아 의견을 청취하고, 그 내용을 어떻게 법·조례 등에 반영할 것인지를 고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남부시장 청년몰의 '연희공방'.

 
유난히 돋보인 전주 청년들의 활약


남부시장 청년몰, 청년창업 성공사례 꼽혀
구도심 '객리단길' 자생적으로 조성·유지



전주에서 취재를 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시민들이 보여준 강력한 의지였다. 지금은 관광명소가 된 한옥마을도 민간이 소소하게 열었던 재즈 행사, 산조 공연 등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한옥마을의 효과는 지역의 청년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전주지역 청년들의 강한 자생력은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일명 '객리단길'을 통해서도 잘 나타난다. 객리단길은 전주 고사동의 조선시대 유적지인 '객사'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지역청년들이 5년 전부터 이곳 구도심 지역에 독특한 가게들을 하나 둘 열면서 자연스레 조성됐다.

정책 자금이 전혀 투입되지 않았고, 자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는 50~70여 개의 가게가 들어섰다. 청년들은 서로 컨설팅을 해주고 정보를 제공한다.

▲ 전주 고사동의 '객리단길'.

 
남부시장에 자리한 청년몰은 청년 창업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2016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청년몰 공모사업 모델로 채택되기도 했다. 이 사업은 2011년 문체부가 주관한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사회적경제지원단 '이음'이 전통시장의 활성화와 청년창업 인큐베이팅을 목적으로 사업을 주도했다. 총 7억 5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2013년 지원은 마무리 됐으나, 청년들은 자생적으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33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각종 소품 공방과 일러스트·캘리그라피 가게, 맞춤 제작 옷 전문점, 수제 쿠키 가게 등이 들어섰다. 점포당 50만 원의 보증금과 5~12만 원의 월 임대료를 지불한다.

청년몰에서 '연희공방'을 운영하는 이연희(44)씨는 "시장에 들어온 지 4년쯤 됐다. 현재 지원은 끊겼지만, 남부시장 상인회의 배려를 받아 저렴한 세를 내며 유지하고 있다. 가게가 잘 돼서 다른 곳으로 확장이전하는 경우도 있다. 초창기 회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손님이 있든 없든 자리를 지켜준 것이 청년몰이 자리를 잡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김해뉴스 /전주=이경민 기자 min@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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