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건태, 김해경 부부가 귀금속 공예작품 '가야인의 풍류'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경민 기자

 

‘파형동기’ 본뜬 목걸이 등 제작
 김해 첫 보석감정사 자격 취득
 부부 "서각·금속작품 협업”



최근 가야사복원이 국정과제로 채택되면서 찬란했던 가야문화 되살리기가 전국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옛 금관가야의 수도인 김해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가야사가 회자된다. 지역예술인들은 앞 다투어 창작품을 선보이며 힘을 보태고 있다.
 
김해출신인 한 부부는 금과 은으로 가야유물을 제작해 화제다. 수로왕릉 인근에서 귀금속 전문점 '다이애나'를 운영하고 있는 허건태(52)·김해경(50)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가야시대 유물인 '파형동기'를 모티브로 목걸이를, 허왕후가 인도에서 가져왔다는 '장군차'를 접목해 찻잔을 만들었다. 제목도 '가야를 지키는 태양', '장군차를 품은 매화'라고 붙였다.
 
남편 허 씨는 "예전에 길을 걷다가 우연히 곡옥(曲玉) 모양의 목걸이를 한 사람과 마주친 적이 있다. 순간 '저거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작품과 연계하면 어떨까 싶었다. 나는 허왕후 후손이니까 가야를 주제로 다루면 좋을 것 같아 시도하게 됐다. 나중에는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귀금속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4년부터다. 20대 후반이었던 허 씨는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인건비가 들지 않고, 재료가 상하지 않는 사업을 찾다가 봉황동에 귀금속가게 '금성당'을 열게 됐다. 이듬해 결혼을 하면서 아내 김 씨도 가업에 뛰어들었다. 얼마가지 않아 부부는 'IMF'라는 큰 벽에 부닥쳤다.
 
아내 김 씨는 "IMF 때 많은 사람들이 금을 들고 나왔다. 다이아몬드도 내놨다. 매입을 하려고 공인검증 감정소에 갖고 가면 예상보다 좋지 않은 등급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잘못하면 본의 아니게 고객에게 거짓말을 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국가공인 보석감정사 자격을 취득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결국 IMF는 부부를 한층 더 성장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는 자격증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정보도, 교재도, 학원도 거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2001년 두 사람은 보석감정사 시험에 합격했다. 2008년에는 귀금속가공기능사 자격증도 땄다.
 
부부는 늘 함께 했다. 일을 할 때도, 공부를 할 때도, 공예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소속 없이 작품 활동을 하던 두 사람은 지인의 권유로 2006년 김해예총 공예협회에 가입했다. 현재 남편 허 씨는 김해예총 공예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협회에서 활동을 하면서 매년 각종 대회에 부부가 공동으로 작품을 냈고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2010년 경상남도 관광상품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했고, 2011년 김해시 공예대전 금상을 받았다. 이어 2013년 경상남도 공예대전 대상, 대한민국 공예대전 장려상을 수상했다. 또 2014년 경상남도 공예대전 은상, 2017년 경상남도 공예대전 장려상을 받는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남편 허 씨는 "머릿속에 작품이 떠오르면 얼른 만들고 싶었다. 가슴에 전기가 찌릿찌릿 했다. 한 작품을 시작하면 5~6개월 동안 매일 잠을 2~3시간 씩 자가며 버텨냈다. 피곤한 줄도 몰랐다. 작품을 내면 상을 받으니 더 신이 났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늘 함께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가야를 다룬 공예품을 제작해나갈 계획이다. 현재는 서각과 금속공예의 이색적인 콜라보 작품을 구상 중이다.
 
허 씨는 "이제 상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다. 작품의 깊이를 더해가고 싶다. 요즘은 서각을 배운다. 내가 글씨를 파고, 아내가 금속으로 입체적인 부분을 표현하면 우리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이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둘이니까 가능한 일"이라며 밝게 웃었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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