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문학의 향기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삶과 자연의 아름다움 이상향 찾아 헤맨 방랑자 이효석문학의 향기 - 이효석문학관
  • 수정 2018.08.14 16:03
  • 게재 2018.08.07 16:19
  • 호수 384
  • 16면
  • 정순형 선임기자(junsh@gimhaenews.co.kr)
▲ 문학관 마당에 설치된 작가 동상. 뒷편으로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봉평들녘이 펼쳐진다.

 

강원도 오대산 자락에서 숨 쉬는 작가
서정적 언어로 토속정서 노래한 예술가

동반작가에서 순수문학 대표주자로
“민족문학 등대 세웠다”는 문학비


 

삶과 자연의 근원적인 아름다움을 찾아간 탐미주의자 이효석. 일제강점기가 시작될 무렵에 태어났지만, 시대의 아픔에 맞서지 못하고 이상향을 찾아 헤맨 문학적 방랑자 이효석의 문학세계를 찾아가는 길.
 
최근 평창군 동계올림픽으로 세상에 알려진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 자락에 자리 잡은 이효석 문학관 입구에는 연필 기둥에 물레방앗간 조화롭게 서 있는 조형물이 인사를 한다.
 
서정적인 언어로 소설을 썼다는 작가 이효석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허 생원이 성 서방네 처녀와 만났다는 물레방앗간'을 상징하는 조형물일까. 달이 밝았다는 그 밤에, 단 한 번뿐인 성 서방네 처녀와의 인연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허 생원의 '애틋한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상징물일까.
 
문학관 입구 잔디 광장에는 이효석 문학비가 서 있다.
 

▲ 정면에서 바라본 이효석문학관.

 
"허공에 지나는 구름이여, 옷깃을 스쳐 가는 바람, 긴 여로에 오른 길손이여. 한순간 이곳에 발을 멈추고…. 민족문학의 등대를 세운 이효석을 기념하는 문학비 앞에서 잠시나마 생각하는 촛불이 되어지리라."
 
문학비 뒤편에 새겨진 황금찬 시인의 글이 한국현대문학사에서 소설가 이효석이 차지하는 위상을 가늠케 한다.
 
소설가 이효석의 삶과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관 앞에는 하얀색 책들이 쌓여 있는 조형물이 있다. 실러, 칸트, 토마스만…. 작가가 교직 생활을 하던 시절, 학생들에게 해설하면서 열렬히 호응을 받았다는 외국 작가들의 책들이다. 바로 그 책들이 실제로 소설가 이효석의 서재에 꽂혀있지 않았을까.
 
전시실 안으로 들어가면 가면 소설가 이효석이 살다간 발자취를 소개하는 연보가 걸려 있다.
 

▲ 교사 시절에 자주 거론했다는 외국 문학 작품들.

 
사실상 일제강점기가 시작될 무렵인 1907년, 강원도 평창군에서 한성사범학교 출신 교사였던 아버지와 일본여학교를 졸업한 신여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 이효석은 경성제일고보(현 경기고)를 거쳐서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수재로 엘리트 코스를 밟는다. 그 무렵에 발표한 소설 도시의 유령과 기우 등에는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이 담겨 있다.
 
이후 스물네 살 때 1931년에 발표한 첫 창작집에 실려 있는 소설 '노령 근해'에선 어지러운 사회에 맞서 투쟁할 것을 역설하는 등 좌파 성향의 동반작가로 문단에 첫발을 내디딘다.
 
바로 그 무렵, 작가 이효석은 화가였던 아내 이경원을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이십 대 중반에 가장이 된 식민지 청년 이효석이 중학교 시설 일본인 은사의 소개로 총독부 경무국 검열계에 취직한 것이 문단 동료들로부터 변절자로 낙인찍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너도 이제 개가 다 되었구나"라는 문단의 동료 이갑기의 막말에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고 졸도할 정도로 충격을 받은 이효석은 불과 열흘 만에 사직서를 내고 도망치듯 서울을 떠난다. 그렇게 시작된 전원생활 속에서 이효석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면서 이념을 떠나 서정성이 깃든 자연주의에 빠져들기 시작했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전시실 한쪽에는 작가의 창작실이 재현되어 있다. 이효석이 서른 살 남짓했을 1930년대 후반에 거실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에 남아 있는 모습을 복원한 공간이다. 

▲ 사진에 남은 모습을 재현한 창작실. 서구적인 분위가 느껴진다.

피아노 앞에 앉은 작가의 사진 뒤편에 MERRY(X)-MAS라 적힌 영문장식과 벽면에 걸린 프랑스 여배우 다니엘 다뉴의 사진이 이채롭다. 서구적인 삶을 동경하면서 쉘리에게서 열정을 배우고 예이츠에게서 아름다움을 배웠다고 고백했던 언어의 예술가. 이처럼 시대에 무관하려고 노력했던 탐미주의자 이효석의 삶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서른세 살 때 아내 이경원이 복막염으로 유명을 달리한 이후, 2년 만인 1942년에 작가 자신이 서른여섯 살이란 젊은 나이에 결핵성 뇌막염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만남과 헤어짐으로 이어지는 그리움으로 가득한 떠돌이의 애수를 자연친화적인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소설가 이효석. 도덕과 윤리, 역사보다는 인간 본연의 욕망과 애정을 우선적으로 다루었던 작가 이효석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하지만 그가 머릿속으로 그렸던 세상의 모습은 그가 쓴 소설에 등장하는 강원도 평창군 봉평 마을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김해뉴스 /평창=정순형 선임기자 junsh@


*찾아가는 길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효석문학길 73~25.
△ 중앙고속도로(82)~경부고속도로(17)~중앙고속도로(228). 약 4시간 50분 소요.

*관람시간
① 오전 9시~오후 6시 30분(5월~9월)
② 오전 9시~오후 5시 30분(10월~4월)
③ 매주 월요일(공휴일이면 그다음날)과 추석· 설날 당일 휴관(033-330-2700).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순형 선임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분양가 싸지만 위험 부담 큰 ‘지주택’… 사업 진행 꼭 확인을분양가 싸지만 위험 부담 큰 ‘지주택’… 사업 진행 꼭 확인을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비밀글로 설정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