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등 수준 배려 필요해
동물별 문제점 짚고 해결방안 제시



지난 7월 보도된 뉴스 하나. 국내에서 사육 중인 닭의 수가 올해 2분기(6월 1일 기준) 1억 9101만 6000마리로 1983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는 내용이다. 한우와 육우, 돼지도 늘긴 마찬가지다. 오리는 1048만 8000마리로 전년도보다 무려 62.4%(402만 8000마리)가 늘었다. 문제는 조류독감과 구제역 등으로 매년 많게는 수천만 마리의 동물이 생매장되고 있다는 데 있다. 효율성을 이유로 매년 생매장이 반복되는 현실, 과연 옳은 일인가. 이뿐 아니다. 온갖 실험의 대상이 돼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는 동물들, 마구 버려지는 반려동물 문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동물의 역습'을 새롭게 전면 개정한 '동물도 우리처럼'에서 저자는 '동물에게 정신적인 삶이 있다는 사실, 즉 자신이 처한 환경의 좋고 나쁨을 인식할 수 있다는 사실은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데 기반을 다지는 결정적인 첫 단서가 된다'고 말하며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방법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미국 마이애미대 철학과 교수이기도 한 저자는 대다수 척추동물이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미국 철학자 존 롤즈의 '평등의 원칙'과 '차등의 원칙'을 토대로 동물에게도 인간과 동등한 수준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 많은 차이가 있지만 어떤 차이도 ‘도덕적으로 적절한 차이’는 아니다. 그러한 차이는 ‘어떤 종으로 태어나느냐’하는 것처럼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지능처럼 기준 자체가 매우 임의적이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이 주는 울림은 특히 크다.

저자는 음식으로 먹기 위한 동물사육을 비롯해 동물실험, 동물원, 사냥, 애완동물로 나눠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을 위한 접근방법을 풀어낸다. '동물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적극적인 행동은 법에 어긋난다고 할지라도 도덕적으로 정당하다'는 저자. 그는 동물이 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채식하기나 가죽제품 사입지 않기 등의 생활양식 변화에서부터 동물권 운동단체에 가입하고 항의시위를 하는 데 이어 연좌농성과 무단점거 등 시민불복종 운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안을 내놓는다. 책이 처음 번역 출간됐던 2004년 당시와 지금, 동물 보호 단체가 적극 활동하면서 동물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동물도 우리처럼'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 바람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

 부산일보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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