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책(Book)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 온 일본의 슬픈 역사책(BOOK)
  • 수정 2018.08.08 09:20
  • 게재 2018.08.08 09:18
  • 호수 384
  • 14면
  • 부산일보 정달식 기자(dosol@busan.com)

지진·화산·태풍·쓰나미 등
범상치 않은 일본의 하늘·땅
일본인들 슬픈 역사 이야기



한국과 일본은 서로 많이 닮은 듯하지만 너무나 닮지 않은 두 나라다. 비슷한 점을 보면, 두 나라는 말의 어순이 같다. 유교와 불교 문화도 공유한다. 또한 생김새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것만 놓고 단순히 한국과 일본이 서로 비슷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그렇게 따지면 영국, 프랑스, 독일도 비슷하다고 해야 할 지 모른다.
 
한림대 심훈 교수의 '역지사지 일본'은 비슷해 보이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특이한 점은 두 나라의 차이점을 각국의 하늘과 땅이 빚어낸 사람들의 역사 속에서 찾는다는 것. 소위 일본의 범상치 않은 하늘과 범상치 않은 땅을 소개함으로써 역으로 우리 자신의 고유성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벼락을 통한 접근을 보자. 일본인이라면 어렸을 때 가장 많이 듣는 속담 중 하나가 "벼락이 네 배꼽을 노리고 있으니 배를 꽁꽁 감싸라"는 말이다. 이는 그만큼 일본인들이 벼락을 무서워했다는 의미다. 일본 열도는 잘 알다시피 지진, 화산, 쓰나미에 매년 태풍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예부터 열도의 벼락이 다른 나라의 벼락처럼 평범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속담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벼락이 많고 피해도 크다 보니 일본 TV의 기상예보 방송에서 벼락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우리와 다르게 매우 높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지진, 화산, 태풍, 벼락 등 자연재해에 시달리는 일본인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불경스러운 '생의 철학'일 뿐이다.
 
한 해에 필리핀 주변의 태평양 상공에서 발생하는 태풍 수는 평균 27개 정도, 이중 일본에 직접 상륙하는 태풍은 3개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열도 인근(300㎞ 이내)까지 접근해 오는 태풍을 포함할 경우에는 무려 11개 정도에 이른다. 그렇다 보니 기상청이 법무성이나 외무성, 재무성과 같은 상위 관급 기관으로 격상되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나라가 일본이다.
 
인구 이야기를 해보자. 정유재란이 끝난 지 2년 뒤인 서기 1600년 10월. 일본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투가 벌어진다. 바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동군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오른팔 이시다 미쓰나리의 서군이 건곤일척의 전투를 벌인 것이다. 양 측 군사를 합하면 18만여 명. 조선과의 7년간의 전투에도 불구하고 불과 2년 만에 이 같은 대규모의 병사들이 전투를 치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우리와 일본의 인구가 달랐기 때문이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볼 때. 일본 인구는 언제나 한반도 보다 수적 우위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36년간 식민 지배를 당한 이유 중 하나도 인구 격차 속에서 찾는 점이 특이하다.
 
학교에서 나눠준 똑같은 모자를 모두 쓰고 '란도세르'라 불리는 사각 배낭을 메고 고학년생의 인솔 아래 줄지어 등교하는 어린이들의 모습도 우리와는 다른 낯선 풍경이다. 운동회라기보다는 거대한 집체극을 시찰하는 느낌. 개성적인 개인 생활을 허락받기보다 동질적인 집단생활로 평생을 살아야만 하는 사회. 주변을 온통 시뻘겋게 감싸고 있는 주의 표지판과 금지 표지판.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도시락 형태의 음식. 저자는 "사람이 날개를 펴고 마음껏 행동하게 하기보다 주눅 들고 주변 상황을 살피게 만드는 마력이 존재하는 곳이 바로 일본 사회"라고 말한다.
 
일본인들은 하늘에서 몰아치고 땅에서 토해내는 온갖 자연재해를 수천 년 동안 온몸으로 받아가며 오랜 세월을 화산대의 험지에서 살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 연유로 강한 대상에 대해서는 항상 순응하고 복종해왔지만 자신이 강자로 올라서는 경우, 자연스럽게 주변을 복속시키고자 했던 것이 일본인들의 생존 논리이자 생존 법칙이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태풍과 홍수로부터 목숨을 건지기 위해, 지진과 쓰나미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사무라이들의 칼과 군부 정권의 폭정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부끄러움'과 '죄책감' 속에 질긴 삶을 끈끈하게 영위할 수밖에 없었던 일본인들의 슬픈 역사를 말해 준다고 하겠다.
 
부산일보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부산일보 정달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비밀글로 설정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