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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개항 순례길' 걸어 볼까?책(BOOK)
  • 수정 2018.08.08 09:25
  • 게재 2018.08.08 09:23
  • 호수 384
  • 13면
  • 부산일보 백태현 선임기자(hyun@busan.com)

  

초량왜관 일원 부산 '소통길' 등
개항기 역사·문화·인물 소개
'근대'와 '개항'의 의미 되새겨



저자는 우리에게 근대와 개항은 무슨 의미인지, 그 화두를 안고 5개 개항도시를 찾아 나섰다. '골목길 역사산책-개항도시편'은 한국 근대와 개항의 중심지이자 한국 기독교가 시작됐던 도시들의 역사·문화·인물들에 관한 책이다.
 
부산 인천 목포의 개항장 길들과 광주 양림동의 근대길, 순천 꽃길은 근대의 역사가 소용돌이쳤던 특별한 골목길들이다. 개항과 3·1운동, 건국 초기의 역사를 만들며 대한민국의 기초를 놓은 길들이다. 당시 기독교 전파를 위해 한반도에 들어왔던 선교사들은 신앙을 전파하는 이상의 역사적 역할을 했다. 골목길 구석구석에 개항과 선교사들이 들여온 근대정신이 배어 있고 골목길에는 아직도 그 굴곡과 영욕의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다.
 
그 역사의 기억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장소들을 저자는 순례한다. 그 길들을 걸으며 한국 근대 개항기의 인물들과 그들이 만들어 냈던 역사와 문화와 풍물에 대한 이야기들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풀어낸다.
 
부산 개항장 골목길은 소통길이다. 1678년 현 용두산공원 일원에 초량왜관을 열어 왜인들이 교역을 할 수 있게 한다. 1876년 일제에 의해 개항한 이후 초량왜관 일대에 일본조계가 설정되고, 1905년 관부연락선을 타고 일본 사람들이 부산에 들어온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수많은 피난민이 부산으로 몰려든다. 1958년 최초의 원양어선 제1지남호가 부산항에서 남태평양으로 떠난다. 1964년 우리 장병들이 부산항에서 베트남으로 떠난다. 이 같은 국제도시 부산의 골목길들은 더불어 사는 지혜를 일러주는 길들이다. 청관거리라고 불렀던 차이나타운, 초량초등학교와 초량교회, 40계단과 168계단, 백산기념관, 부산근대역사관, 보수동 책방골목, 국제시장과 부평동 깡통시장 등의 산책길에서 이 같은 지혜를 얻는다.
 
인천 개항장 골목길은 평화길이다. 1883년 1월 제물포를 개항하고 인천이라 고쳐 부른다. 일본·청국·각국 조계가 열리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전쟁터가 된다.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 인민군이 들어오고 인천상륙작전을 맞는다. 저자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포성 없는 전쟁과 평화의 의미를 인천개항장에서 생각하고 평화의 길을 걷는다. 우리나라 첫 감리교회인 개신교 내리교회, 성공회 내동성당, 천주교 답동성당, 공화춘짜장면 박물관, 일본조계와 신포시장, 용동 큰 우물 등이 있는 산책로들이다.
 
광주 양림동 골목길은 근대길이다. 1904년 12월 25일, 유진 벨은 클레멘트 오웬과 함께 광주읍성 밖, 어린아이를 장사지내던 풍장터에서 첫 예배를 드린다. 서양 사람들은 광주제중원 숭일학교 수피아여학교 양림교회 오웬기념각 등 서양 건물을 양림동에 짓는다. 양림동은 근대로 가는 길이 된다. 이 길을 걸은 정율성은 대륙을 노래로 가득 채우고 중국 3대 인민음악가가 된다. 조아라는 독립운동과 여성운동에 이어 광주민주화운동에 헌신한다. 최흥종은 모든 것을 다 버리고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는 목회자의 길을 걷는다. 교회와 민족이 개척한 양림동 근대길에서 저자는 대한민국이 가야 할 미래를 본다.
 
순천의 꽃길 산책로에서 저자는 경계에 선 도시 순천의 이미지를 읽어낸다. 무오사화로 유배됐던 한훤당 김굉필이 순천으로 이배돼 사사되지만 그의 제자들은 호남 사림의 한 맥을 형성한다. 1907년 순천사람 최사집이 보성선비 조상학으로부터 받아들인 근대는 순천읍교회(현 순천중앙교회)로 결실을 맺는다. 전통과 근대의 경계에서 과감하게 근대를 받아들인 결과다. 1913년 미국 남장로교회 선교사들이 순천 매곡동 선교사마을에 들어오면서 순천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근대를 질주한다. 1948년 여순사건, 2015년 순천만국가정원 등에서는 봉기와 반란, 개발과 보존의 경계에 선 도시 순천을 만난다.
 
목포 개항장 골목길은 생명길이다. 1887년 고종은 목포를 개항한다. 작은 마을의 바다와 갯벌 위에 자주적 개항장 목포가 탄생한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를 맞아 개항장 목포는 수탈받는 도시로 전락한다. 1896년 선교사 레이놀즈와 유진 벨은 선교의 거점이 될 양동 언덕배기 땅을 매입한다. 그 이후 양동교회와 프렌치병원이 설립되고, 정명여학교와 영흥학교가 개교함으로써 목포선교부가 완성된다. 목포개항장 일인 신사가지 남촌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무덤 자리를 생명 자리로 바꾼 목포개항장 북촌이다.
 
책은 각 개항도시 산책을 시작하기 전에 그 도시의 간단한 근대사와 대표적 인물들을 소개하고, 골목길 산책 중에는 쉬어 갈 수 있는 문화시설과 커피숍 등도 안내한다. 각 도시의 골목길 산책 말미에는 약도를 첨부해 걷는 발길을 돕는다.
 
부산일보 /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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