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순형 선임기자

휴가철이다. 일 년 중 자신을 내려놓고 훌쩍 떠날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다. 삭막한 도시의 아스팔트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톱니바퀴처럼 여유를 잃고 살아가는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삶의 무게에 짓눌린 일상. 미치도록 가만히 있고 싶을 때는 서둘러 짐을 싸서 떠나자.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여행길.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연다는 수평선 너머엔 작은 섬이 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산과 바다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 하지만 휴가철에는 산과 바다가 사람을 품는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소나무 숲. 그 속에서 휴식을 즐기면서 몸과 마음을 자유롭게 풀어 놓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낙원이다.

거친 바다에 홀로 떠 있는 돛단배처럼 흘러가는 삶. 그 속에서 길잡이 노릇을 하는 등대가 보고 싶다면 바다로 가자. 파도 소리가 가슴속으로 밀려오는 바다를 넘어 조용한 섬마을을 찾아가자.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는 날도 있겠지만 그런 고비를 넘기고 나면 새로운 비경이 펼쳐진다고 했다. 그렇게 도착한 섬마을에서 질펀하게 살아가는 뱃사람들의 향기를 맡아 보라. 누구는 그 섬에 가고 싶다고 했다. 

걸음은 가능한 한 느리게 걸어라. 구김살 없는 섬마을을 걷다 보면 하늘과 땅이 맑아지고 사람마저 투명해진다. 길을 가다 보면 나무 그늘 아래 정자도 만나지만 끝내는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거친 파도의 매력에 취하는 것은 순전히 여행자의 몫이다. 그렇게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발걸음. 그것이 바로 삶을 재충전하는 휴가철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파도치는 바다가 부담스러우면 골이 깊은 산을 찾아가자. 산이 높아서 깊어진 골짜기. 그 골짜기를 따라서 흐르는 계곡물을 따라서 래프팅이라도 즐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마저 귀찮다면 마음속 길을 걷는 여행을 떠나라. 보통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는 산골 마을. 낯선 곳에서 마주치는 설렘이 삶의 리듬을 자극한다. 그 속으로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마음의 쉼표가 그려진다.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공간을 찾아서 떠난 여행.

외딴섬이 아니라면 깊은 산이 좋다. 그도 저도 아니라면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놓은 향토 문학관이라고 찾아가자. 유치환, 박경리, 이효석, 이육사. 조지훈…. 천재적인 문인을 낳은 지자체들이 자랑삼아 꾸며 놓은 문학관. 그곳에서 소개하는 작가의 작품 세계와 유품이 남긴 의미를 이해한다면 휴식의 즐거움은 두 배로 커진다. 그렇게 누리는 휴가 속에서 또 다른 여유가 있다면 인근 숲속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찾아보라. 편안한 마음으로 걸어가는 산책길. 그속에서 무뎌졌던 감각을 되살리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쾌감을 느껴보라.  

새소리와 물소리가 들려오는 산사로 가는 길. 그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 길이다. 그곳을 찾아가는 발걸음.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안고 살아가는 마음의 병을 고쳐주는 길이다. 그속에서 조용히 은둔해 보는 것도 권하고 싶다. 스마트폰도 잠시 꺼 두고. 세상의 시름을 잊게 해 주는 공간. 모든 근심을 내려놓고 나 자신조차 잊어버리는 시간을 가져 보자. 바쁜 일상을 접고 떠난 여행길. 모처럼 자연과 하나가 되는 특별한 휴식을 누려 보라.

그것은 큰돈이 들어가는 일이 아니다. 대단한 준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냥 훌쩍 떠나면 된다. 일상을 피해서. 아니면 무더위를 피해서.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