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나무에 관한 추억

백미늠

고향집 강둑 아래 땀나무가 살았다
비탈진 돌무지에 흰 뿌리를 드러내고
언제나 웃는 얼굴로 팔을 벌려 반겼다

말똥구리 아이들 무더기로 덤벼 들어
뜀을 뛰고 까불며 가지를 분질러도
가만히 실눈을 뜨고 땀만 뻘뻘 흘렸다

얼간이 땀나무야 왜 말 한마디 없니
엎어질까 무서워 오줌을 지리는 거지
어깨로 물결을 그리며 먼 강물만 바라보았다

시침과 분침위에 저울질 하며 사는 동안
고향마을 꿈속에는 땀나무가 서 있었다
반 평의 행복이 무언지 온몸으로 전해 주었다


<작가노트>

“일상에 떠밀려 살다보면…”

온통 초록인 계절에 하늘의 구름이 몹시 예쁘다.

바쁜 일상의 속도에 떠밀려 살면서도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사는것은 큰 축복이다.

점점 힘이 세어지는 기계문명의 속도 앞에서 산으로 강으로 걸음이 닿는 것은 유년의 시간·기억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강과 산과 들이 굽이 흐르고 감싸며 펼쳐지는 낙동강 마을에서 유년을 보냈다.

장난감도 책도 전무했던 시절, 겨울이면 골목에서 돌멩이나 나뭇가지를 가지고 놀고 햇살이 뜨거운 여름이면 강으로 달려가 놀거나 물가의 나무를 타며 놀았다.

도시로 진학을 하면서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하여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느새 인생의 중반을 훌쩍 넘어서고 말았다.

고향마을과 동네 입구에 서 있는 느티나무가 꿈에 자주 보였다.

그 느티나무도 세월 따라 많이 변했을 거라는 생각에 그리움이 차올랐다.

어느 날 추억을 더듬으며 고향 입구에 닿았을 때 아이들의 놀이터며 쉼터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그대로인 나무에 깜짝 놀랐다.

나무도 사람처럼 늙어지면 작아지는 것일까.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도록 온몸을 펼쳐 주었던 것일까.

고개를 끄덕이며 잔잔한 미소로 손을 흔들어 주던 고향의 당산나무가 문득 보고 싶은 날이다.

 

▲ 백미늠 시인

·밀양 초동 출생
 ·2006년 제 2회 낙동강여성백일장 우수상
 ·2008년 <문학공간> 신인상
 ·2012년 제 1회 울산 전국문예전 시조부분 대상
 ·현 김해문인협회 / 현 구지문학 동인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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