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양숙 강사가 주부들을 상대로 컴퓨터 강좌 수업을 하고 있다.

몇 년, 혹은 십년 이상을 주부로만 살던 여성들에게 '취업'은 먼나라 이야기다. 특히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면 사무보조 등 어렵지 않은 업무라 할지라도 취업이 어렵다. 주부들이 '새로운 인생'을 쉽게 포기하는 주된 이유다.
 
삼계동 김해여성인력개발센터의 김양숙(여·40) 강사는 이런 여성들에게 '구세주' 같은 존재다. 김 강사가 맡고 있는 강좌는 직업능력개발과정의 '사무경리취업반'. 엑셀, 한글, 파워포인트 등 각종 OA(Office Automation·사무자동화) 프로그램과 인터넷 사용법 등을 가르친다. 그의 강의를 한달만 들으면 '컴맹'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한다.
 
여성인력개발센터의 특성상 수강생의 대부분이 전업주부다. 이들은 컴퓨터를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김 강사가 택한 방법은 '무조건 재미있게 하기'이다.
 
"주부들이 실생활에서 잘 쓰는 말로 설명하려고 노력하죠. 예를 들어 한글 프로그램에 보면 '글자겹치기'라는 기능이 있어요. 특수문자 두 개를 겹쳐 새로운 문자를 만드는 기능이예요. 저는 하트와 화살표를 겹쳐 '사랑의 화살표를 날려보자'고 주로 설명해요. 그러면서 '누구한테 날릴건지 생각하고 방향을 결정하세요'하고 덧붙이죠."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기능을 이런 식으로 설명하니 컴퓨터에 익숙치 않은 수강생들도 수업내용을 잘 까먹지 않는다. 덕분에 취업을 원하는 주부들 사이에서 김 강사의 명성은 자자하다. 김 강사의 수업을 4개월째 듣고 있다는 수강생 권미정(32) 씨는 "원래 다른 강좌를 들으려고 했는데, 선생님께 컴퓨터를 배운 다른 분이 '정말 잘 가르쳐주신다'고 추천하셔서 이 수업을 선택했다"며 "선생님이 정말 위트 있으신데다 목소리도 시원시원하셔서 수업을 들으면 스트레스까지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희(28) 씨도 "특히 엑셀에서 함수가 어려웠는데 재미있게, 한 명 한 명 일일이 잘 가르쳐 주셔서 알아듣기 쉬웠다"고 말했다.
 
8년간 쌓은 베테랑 노하우,   쉽고 맛깔난 수업 명성
취업이 두려운 주부들, "정말 잘 가르쳐주세요"

8년째 센터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김 강사지만 수강생들에게 더 많은 내용을 가르쳐주고자 하는 욕심은 끝이 없다. 그가 수강생들로부터 취업 후 실제 현장에서 어떤 기능을 많이 쓰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끊임없이 듣고 연구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잘 모르는 기능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해서든 완전히 습득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야 자기 자신도 발전할 수 있고, 앞으로 취업할 수강생들에게 실무적으로 쓰이는 기능들을 빠짐 없이 설명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열정적인 김 강사에게는 잊지 못할 수강생이 한 명 있다. 십 몇 년 간을 전업주부로 살아온 그 수강생은 취업 의사가 없어 수업을 성실하게 듣지 않았다. 그러나 국비지원수업이었기에 어쨌든 어딘가에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고, 김 강사는 그의 집까지 가서 수업을 하는 열의를 보였다. 결국 수강생은 성공적으로 취업을 할 수 있었고, 그 후 김 강사에게 "취업을 정말 잘한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컴퓨터 배우기를 주저하는 주부들에게 김 강사는 "컴퓨터는 어차피 기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반복해서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두려워하지 말고, 끝까지 하려는 자세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도 김 강사는 맛깔난 사투리로 교실을 쩌렁쩌렁 울리며 컴퓨터를 가르친다. 그 곳에서 '집안 일'밖에 모르고 살았던 여성들의 또 다른 인생이 시작되고 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