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의 본부 역할을 하는 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의 전경. 대규모 상설전시장을 갖추고 있다. 심재훈 기자


1998년 보육센터 설립, 지방 최대 의료산업 일궈
메디아나·아이센스 등 코스닥 상장기업 포진
원주의료고·대학 관련학과 등 교육 인프라 풍부
산업 고도화 속 수도권과 경쟁 치열 ‘새 도전’



의료기기 산업은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와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에 따라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인력을 로봇이나 원격시스템이 대체하는 '4차 산업혁명'에서 의료기기와 바이오 산업은 전략분야로 손꼽힌다.
 
특히 의료기기 산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크고 소규모 생산설비로도 기술력만 인정받으면 제품 상용화가 용이해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다. 김해시도 의료기기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김해의생명센터를 중심으로 직·간접적인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렇게 의료기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자체 간의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기술과 인력이 집중된 수도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도시가 있어 주목을 끈다. 바로 강원도 원주시의 사례다.
 
 

▲ 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 상설전시장에는 매년 국제 의료기기 박람회가 개최된다.

■빈약한 제조업 기반서 태동한 의료산업
원주는 지금도 35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생활하고 있어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도시다. 과거부터 원주는 강원 남서부의 중심도시로 유통·물류 기능이 발달했고 삼양식품 원주공장 등 소비재 산업이 적잖이 분포했다. 이 뿐 아니라 만도로 대표되는 자동차 부품산업도 건재하다. 50여 개 업체에서 3000여 명이 자동차부품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원주의 대표산업은 단연 의료기기 산업이다. 원주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씨앗을 뿌렸다고 자부하는 지역이다. 원주의료기기 클러스터(산업집적지)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풍부한 인적 자원, 우수한 기업 환경과 인프라, 우수한 양·한방 병원과 유기적인 지원기관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원주시가 20년 간 의료기기 산업을 육성한 결과 오늘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의료기기 분야 생산에서 원주는 2016년 6908억 원을 달성해 전국 의료기기 생산의 12.3%를 차지했다. 수출에서도 4억 3500만 달러를 기록해 전국 의료기기 수출의 14.9%를 점유했다.
 

■의료기기 메카 원주 성공 비결?
의료기기 산업의 성공 배경에는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가 있다. 
 
1998년 원주시가 출자해 소규모로 원주의료기기 창업보육센터를 개소했고, 이후 보다 많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는 원주의료기기 산업기술단지가 조성됐다.
 
이들 지원기관과 2001년 착공한 원주의료기기산업 진흥센터 등이 통합되어 오늘날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가 완성됐다.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는 전국 최대 규모의 의료기기 전문 산업단지인 동화첨단의료기기산업단지(33만 2001㎡), 임대형 공장 시설인 원주의료기기산업기술단지(3만 3058㎡)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동화첨단의료기기산업단지에는 코스닥 상장기업인 '메디아나(환자감시장치·제세동기)'와 '아이센스(당뇨측정기)' 등 각 분야 선도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지자체가 임대형 공장과 산업단지를 전략적으로 조성하면서 지역에서 설립된 신생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 
 
이밖에 원주시는 전문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원주시 경제전략과 김종근 팀장은 "지역에는 국내 유일의 의료기기 마이스터 고교인 원주의료고등학교가 있고, 연세대 원주캠퍼스·상지대 등 지역의 모든 대학에도 의료기기 관련학과가 개설돼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원주시 뿐 아니라 원주시의회의 의료기기 산업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가 오늘날 지역 최대·최고의 의료기기 클러스터를 형성한 원동력이라는 지적이다.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김용주 기획팀장은 "과거 재정난을 겪으면서도 시의회가 의료기기산업 진흥예산을 삭감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며 "원주시도 산하기관 인사에서 낙하산 인사는 자제했다.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역대 테크노밸리 원장 대부분을 전문가로 임명했다"고 강조했다.  
 

▲ 33만㎡ 규모로 조성돼 선도기업들이 입주한 동화의료기기산업단지.


■수도권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이렇게 탄탄한 원주의 의료기기 산업 기반은 원주 혁신도시에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보건의료 관련 공공기관이 이전해 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원주가 의료기기 분야에서 탄탄한 기반을 구축해왔지만, 의료산업에서 IT분야의 비중이 커지는 방향으로 고도화되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IT와 전자산업 기반이 성숙한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김용주 기획팀장은 "수도권에는 첨단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다양한 뿌리 산업이 산재해 있어 이점이 많다. 인재를 구하기도 유리하다"며 "지역에서 성장한 기업들이 떠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고, 스타트업에게 실효성 있는 지원을 확대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김해뉴스 /원주=심재훈 기자 cyclo@
 


 

▲ 김용주 기획팀장이 지역 의료기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김용주 기획팀장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 과감한 투자 요구

맞춤형 지원 기업 경쟁력에 직결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의 본부 역할을 하는 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는 지상 10층, 지하 1층 규모로 연구·개발 지원시설은 물론 대규모 상설전시장을 갖추고 있다. 상설전시장에서는 매년 국제 의료기기 박람회가 열린다.
 
이곳에서 만난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김용주 기획팀장은 원주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사를 함께 해 온 초창기 멤버 중 한 명이다. 
 
원주는 공장이 산재한 김해처럼 제조업 중심 도시는 아니지만 중장기 계획을 가지고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해 의료기기 산업의 대표도시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1990년대부터 의료기기, 의료용품 등에 관심을 가지고 전략산업으로 육성한 것이 일정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헬스케어'가 주목받는 가운데 김 팀장은 의료기기 산업의 고도화를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 
 
그는 현재 의료기기 산업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에서 소비되는 의료기기 중심에서 IT(정보통신기술)와 BT(생명공학기술) 등 첨단기술이 융합된 첨단 진단장비, 개인용 검진기기 등으로 시장 수요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도 산업혁신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수도권에 비해 협소한 의료산업 생태계와 의료시장은 성장의 걸림돌이라는 것이 김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해외기간 공공사업 활성화와 수요자 맞춤형 기업지원 등을 통해 지역기업들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해뉴스 /원주=심재훈 기자 cyclo@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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