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련 김해뉴스 독자위원·덕정초등학교 교사

독서활동에 쓸 자료를 찾다가 아주 재미있는 책을 발견했다. 「사라진 루크를 찾는 가장 공정한 방법」이라고 제목 붙여진 그림책이다. 
 
어느 날, 흰색 수탉 루크가 보이게 않게 된다. 수탉의 실종에 대해 족제비나 여우가 잡아갔다는 소문은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농장은 비상사태에 빠진다. 흰색, 검은색, 붉은색 닭들은 황급히 모여 회의를 하는데, 모두 자기 말만 하다가 싸움 잘하는 부대를 만들어 먼저 공격하기로 결정한다. 어떻게 부대를 만들고, 누가 앞장서고, 누가 보호받을 것인가에 대해 또 의견 충돌이 일어난다. 단합을 위해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모두가 만족할 만한 가장 공정한 방법을 찾게 된다. 드디어 단합된 하나의 부대를 만들어 앞으로 나아가는데, 그들 앞에는 뜻밖의 광경이 펼쳐진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모둠활동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 가짜뉴스와 여론몰이, 남성과 여성의 대립, 권력욕과 갑을관계, 편견과 집단 이기주의, 투표와 다수결의 원칙이 가진 절대성의 한계, 그리고 이 모두를 관통하는 공정성까지 우리들의 모습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폭염이라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뜨겁게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다. 광화문 광장에서의 집회와 시위, 무엇이 그들을 저 끔찍한 폭염 속으로 내밀었을까?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거나 올바르지 못하여 상대방에 비해 손해 본다고 느끼게 되면 우리는 쉽게 분노한다. 이 분노는 의사소통과 결정에 영향을 주고, 더 나아가 시간과 돈, 그 이상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공격한다.
 
우리는 공정하게 판단하고 있는가? 분노하고 공격하는 수단과 방법은 공정한가? 공정성에 대한 견해는 개인의 입장과 처지에 따라 다르고, 삶의 질과 관련되기 때문에 지극히 주관적이고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민감한 공정성에 대한 견해 차이는 인간의 존엄성과 함께 어느 사회든 있었다. 인류가 시작된 고대 원시 사회부터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의식 수준은 많이 발전해 왔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현상들을 보면 공정성에 대한 인식도 발전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독립 운동가들의 저항과 투쟁, 희생으로 빼앗긴 나라를 되찾은 1945년 8월 15일, 우리는 이 날을 광복절이라고 부른다. 73년이 지난 오늘,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독립 운동가들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은 왜 상속되지 못했을까?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국민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서 만든 국민청원 및 제안 코너가 있다. 청원권은 국민의 기본권으로 한 사람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부조리한 사회를 바꾸고 변화시키는 힘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올라온 25만 건이 넘는 글 중에서 공익을 위한 청원은 과연 몇 건이나 될까?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외치는 만큼, 우리 모두는 국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는 공동 창조자다. 우리가 국가 사회적 규범과 약속, 보편적 가치를 존중할 때 우리의 공정성도 존중받을 수 있다. 
 
공정성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지금, 나라와 민족을 팔아넘긴 친일 매국노처럼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자기 손해에 대한 복수를 위해 공정성이란 이름으로 쉽게 분노하고 공격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 스스로 돌아봐야 할 때다. 김해뉴스 /강성련 김해뉴스 독자위원·덕정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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