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서 만들어진 독립영화 '오장군의 발톱(감독 김재한)'이 15일 정식개봉했지만 상영관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영화 '오장군의 발톱'은 1974년 극작가 고(故) 박조열이 발표한 희극 '오장군의 발톱'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는 이념이나 진영 논리를 넘어서서 전쟁을 하는 모두가 패배자가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우수한 작품성을 인정받아 제40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메인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영화 출연진도 화려하다. 배우 맹세창과 명계남, 서갑숙, 조혜정, 이상훈, 정겨운이 참여해 작품을 빛내고 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지역을 기반으로 기획 제작됐고 지역주민 1000명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이다. 제작비 2억 8000만 원 중 1억 6000만 원을 시민 펀딩으로 조달했다. 현물 후원과 무상 대여 등의 방식으로 제작비를 충당했고 단역 찬조 출연 등 지역민들의 도움을 받아 제작됐다. 배우 류승룡은 "영화가 시민 참여로 제작된다는 사실을 알고 돕고 싶었다"며 제작비 1000만 원을 쾌척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과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고 노회찬 국회의원 등 명사들의 응원 메시지도 이어졌다. 
 
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는 반대로 대관 상영표는 초라하다. 개봉 첫 주에는 창원과 진주가 경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오장군의 발톱'을 상영한다. 타 지역은 제주, 안동, 인천, 서울, 파주, 부산, 대구뿐이다. 상영관도 대부분 예술영화전용관이다. 여러 개의 스크린을 갖추고 있는 멀티플렉스 상영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배급팀이 직접 대관료를 지불하려는 의지도 보이고 있지만 스크린 잡기가 만만치 않다. 
 
사실 극장 입장에서는 수익면에서 볼 때 실험적인 독립영화보다 안정적인 상업영화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김재한 감독은 자신의 SNS에서 "대작영화와 상업영화가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는 현장이다. 획일화되고 입맛에 맞는 문화만 있다면 얼마나 재미없겠나. 영화적인 가치, 사회적인 가치를 고려할 때 '오장군의 발톱'은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의 말이 맞다. 문화예술은 다양성에서 발화돼 불꽃을 피운다. 우리는 영화 '군함도', '리얼', '인랑' 등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상업영화의 실패를 주목해야 한다. 개봉 당시 스크린 독과점으로 많은 상영관을 확보했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독립영화도 대중에게 선택받고 작품성을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오장군의 발톱'이 어떻게 제작되고 개봉했으며 어떤 모습으로 퇴장하는지의 흐름을 눈여겨봐야 한다. 김재한 감독이 김해에 연고를 둔 '영화사 봉황'을 꾸린 만큼 그가 만든 '오장군의 발톱'이 미래 김해 영화산업을 비추는 거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다른 소신과 철학으로 빚은 작품은 대중에게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독립영화라고 해서 외면할 게 아니라 우리는 오래도록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지역에서 만들어진 영화라면 더더욱.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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