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만 마리의 곰들이 사는 나라
성·사회적 신분·경제력 따라 
수없이 존재하는 차별에 대해…



에갈리타니아라는 나라에는 4000만 명의 곰들이 산다. 거기 사는 곰들은 모두 평등하다는 말을 듣는다. 헌법에도 쓰여 있고 대통령도 정치 지도자도 의회도 모두 평등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들이 모두 파랑 곰이다. 분홍 곰들은 평등하다고 말하는 지도자들에게 묻는다. 정말 평등한 것이 맞냐고.
 
에갈리타니아에서 분홍 곰은 유모차를 몰고 화장실 청소를 주로 한다. 반면 파랑 곰은 넥타이를 매고 자동차를 몰고 큰 회사에 출근한다. 분홍 곰은 노동의 대가로 6300원을 받지만, 파랑 곰은 1만 원을 받는다. 파랑 곰과 분홍 곰은 정말 평등한 것일까.
 
책의 첫 페이지는 에갈리타니아에 사는 곰들을 보여주는데 굉장히 다양한 모습이다. 날씬한 곰, 예쁜 곰, 아름다운 곰, 사랑스러운 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어떤 성별이 떠오를까. 대부분 여성을 떠올린다. 정의로운 곰, 용감한 곰, 자랑스러운 곰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은근히 남성이 연관되게 나온다.
 
물론 책에서는 곰에게 그 어떤 성별을 부여하지 않는다. 다만 성에 대한 고정 관념을 명확하고 단순하게 꼬집는다. 에갈리타니아의 지도층은 모두가 평등하다고 늘 이야기한다. 헌법으로도 보장된 권리이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누구나 분홍 곰이 파랑 곰에 비해 불평등한 처지에 있다는 걸 느낀다. 심지어 분홍 곰과 파랑 곰에 대해 기대하는 것조차 다르다.
 
분홍 곰은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에 부딪치고 파랑 곰은 쉽게 문을 들어가지만, 분홍 곰은 긴 줄을 서서 아주 오래 기다리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아마도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사내 여성 승진 차별을 비꼬는 듯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고 적혀있다. 세계 인권 선언문에도 평등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을 비롯한 세계는 남녀가 정말 완전히 평등할까. 책에서 말하는 차별은 성별뿐만 아니라 사회적 신분에 따라서, 경제력에 따라서 수없이 존재하는 차별을 뜻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분홍 곰은 여자, 파랑 곰은 남자라고 단순하게 추측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분홍 곰은 약자이자 차별당하는 자, 파랑 곰은 유리한 위치에서 다른 사람보다 혜택을 누리는 자를 말하는 걸 알게 된다.
 
'평등한 나라'는 유아 그림책으로 단순한 글과 강렬한 그림을 통해 주체 의식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어린아이들에게 평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주는 그림책이다.

부산일보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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