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윤주희

까슬까슬
빛이 바스러지고
탱탱한 여름이 속살을 내놓았다

선머슴 같은 햇살 속에
길섶마다 오불꼬불
한여름을 채색한다

하늘까지 퉁기는
대지의 열기에
우렁찬 함성이 무르익는다

세상이 온통 불덩이다
고단한 삶에
무언의 저항도 불덩이다

세상의 불덩이가 폭발한다


<작가노트>

“그래도 절기는 못 속인다”


1994년 그해 여름, 폭염이 계속되면서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고 한다. 올해도 과연 살인 더위를 실감한다. 뉴스에선 올여름이 1994년 여름의 폭염 기록을 경신할 거라는 예보다. 계속되는 폭염에 대처하는 요령을 터득해 몸소 실천하면서, 건강한 여름나기를 빌어본다. 그래도 절기는 못 속인다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가을이 다가올 것이란 희망을 품어본다. 폭염 속 길가 자귀나무꽃이 흐드러지고, 배롱나무꽃도 그늘을 그리워하며 산바람을 부채질한다. 이 시각 드높아진 매미울음 소리는 오늘도 폭염을 알리는 것 같다.

 

▲ 윤주희 시인.

·한국문인협회 회원
·김해문인협회 회원
·시사문단 작가협회 회원
·금오문학 대상 수상 / 한울 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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