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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계절에 가난한 노래 씨 뿌렸던 민족 시인 이육사문학의 향기 - 이육사문학관
  • 수정 2018.08.28 16:45
  • 게재 2018.08.21 15:29
  • 호수 386
  • 16면
  • 정순형 선임기자(junsh@gimhaenews.co.kr)
▲ 문학관 앞마당에 마련된 시인의 동상. 뒤편 시비(詩碑)에는 항일투쟁 의지를 표현한 작품 '절정'이 새겨져 있다.


낮엔 일제에 맞서 싸운 독립투사
밤이 되면 감성에 젖는 서정시인
 
첫 번째 투옥 때, 죄수번호가 필명
멋을 위한 안경… 부드러운 가슴도



일제강점기 빼앗긴 땅에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렸던 민족시인. 일제강점기가 시작될 무렵에 태어나, 낮에는 일제에 맞서 독립투사로 싸우다가 밤이 되면 서정적인 세계로 빠져들었던 시인 이육사를 기념하는 문학관은 안동댐에서 시작되는 낙동강 상류 원촌마을에 자리잡고 있었다. 콘크리트 건물이 단아한 문학관 앞마당에는 시인의 세계를 보여주는 문학비가 서 있었다. 
 

▲ 이육사가 살다간 발자취를 소개하는 연보. 항일투쟁 경력을 묘사한 그림이 인상적이다.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오다…(중략)//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발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보다" 
 
몸과 마음이 함께 춥던 시절, 스물세 살, 청년의 몸으로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발 사건에 연루돼 투옥된 것을 시작으로 마흔 살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무려 열일곱 차례나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감옥 생활을 했던 독립투사의 면모가 엿보인다. 이원록이라는 본명 대신 첫 번째 감옥 생활 때 받은 죄수번호 264를 옮겨적은 이육사를 필명으로 사용했을만큼 독립에 대한 염원이 강렬했다.
 

▲ 시인의 모습을 펜으로 그린 캐리커처.

전시실로 들어가면 일본에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늑약이 맺어지기 한 해 전인 1904년에 태어나 스물여섯 살에 중외일보 대구주재 기자로 활동하면서, 약산 김원봉이 이끌던 의열단에 가입하는 등 무장투쟁에 앞장섰던 시인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연보가 펼쳐진다. 서른아홉 살 되던 해에 중국 베이징에서 국내로 무기를 반입하려다 경찰에 체포돼 마흔 살의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둔 시인 이육사. 그렇게 피 끓는 투사의 삶을 살았지만, 연보 옆에 걸려 있는 시인의 대표작 '청포도'에선 전혀 다른 감성이 드러난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던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어린시절 뛰어놀던 고향 마을에서 청포도가 익어가던 시절을 조국이 독립되는 계절로 비유했던 서정 시인 이육사. "말이 씨가 되어 현실에서 열매를 맺는다"고 했던가. 이육사가 읊은 노랫말대로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에 일본이 물러갔지만, 정작 당사자인 시인은 꿈에도 그리던 광복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8·15 광복이 찾아오기 불과 1년 전, 옥중에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나의 길을 사랑하기 때문에 시를 쓰더라도 유언은 쓰지 않겠다"는 어록을 남겼던 시인 이육사.
 
그토록 가슴이 뜨거웠던 시인도 사춘기 시절 겪었던 첫사랑의 추억 앞에서는 문학청년의 모습을 보여 줄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 원촌마을 골짜기에 자리잡은 이육사문학관 전경(왼쪽), 우애가 남달랐던 이육사의 여섯 형제를 기념하는 육우당. 문학관 맞은 편에 조성되어 있다.

"열여덟 새봄은/ 버들피리 곡조에 불어 보내고// 첫사랑 항구의 밤/ 눈물 섞어 마신 술은…(중략)”
 
그런 시인의 감성을 확인이라도 해주듯, 유품관에 전시된 안경은 "시력 때문이 아니라 멋을 내기 위해 섰던 것"이라는 설명이 눈길을 끈다. 
 
이처럼 겉으로는 한없이 부드럽지만, 그 내면은 누구보다도 강했던 시인 이육사. 때마침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에 찾아간 문학관이었기에,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남겼던 시, '광야'가 한결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중략)// 지금 눈 내리고/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김해뉴스 /안동=정순형 선임기자 junsh@


*찾아가는 길
경북 안동시 도산면 원천리 백운로 525.
△ 부산·대구 고속도로(60.1㎞)를 타고 가다 경부고속도로(17㎞) 옮겨탄 후 다시 중앙고속도로(71.5㎞)를 갈아타면 된다. 약 3시간 30분 소요. 
 

*관람 안내
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매년 11월 ~ 2월엔 오후 5시 마감)
②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추석, 설날은 휴관. 054-852-7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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