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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이제는 바꿔야편집국에서
  • 수정 2018.08.22 09:19
  • 게재 2018.08.22 09:15
  • 호수 386
  • 19면
  • 정상섭 선임기자(verst@gimhaenews.co.kr)
▲ 정상섭 선임기자

이산(離散)은 '헤어져 흩어짐'이란 뜻이다. 영어로는 디아스포라(diaspora)라고 부른다. 본래 이산(離散)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이자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이산 유대인과 그 공동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오늘날 디아스포라라는 말은 유대인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인, 아르메니아인 등 다양한 '이산의 백성'을 지칭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일제시대 강제징용, 옛 소련 시절 한민족의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한국전쟁 후 수많은 이산가족 등 한민족의 디아스포라가 있다.
 
"상철아!" 20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하얗게 머리가 센 이금섬(92) 할머니는 북한에 거주하는 아들 이상철(72) 씨의 이름을 부르며 연신 눈물을 훔쳐냈다. 한국전쟁 피란길 혼란 속에 헤어졌던 네 살배기 아들은 이제 백발의 노인이 돼 68년 만에 꿈에 그리던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헤어진 아내의 뱃속에 있던 딸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된 아버지, 며칠만 남쪽에 피해 있으려다가 부모와 영영 길이 엇갈린 아들, 북녘 땅 오라버니와 상봉이 성사됐지만 불과 몇 달 전 오라버니가 세상을 떠나버린 여동생… 가슴 아픈 사연은 흐르고 넘쳐 금강산을 눈물 바다로 바꿔 놓았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 2015년 10월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성사됐다. 4·27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에 따른 후속 조치다.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정해진 장소에서 몇 차례 만남을 갖다가 '작별 상봉'을 끝으로 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작별 상봉이라니. 이보다 기막힌 형용모순이 있을 수 있을까.
 
1985년 첫 남북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교환이 이뤄진 후 이번까지 21차례의 상봉행사를 통해 약 2만명이 헤어진 혈육을 만났지만 모두 일회성 행사에 그쳤다. 남북한 당국 사이에 서신 왕래, 상설 면회소 설치 등이 그동안 합의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얼어붙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남북한의 냉엄한 정치 현실에 부딪쳐 실행에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이제는 변화해야 할 때다. 상봉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이산가족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상봉의 정례화는 물론이고 전면적 생사 확인 후 서신 교환과 상호 방문, 나아가 재결합을 허용해야 한다. 이산가족의 나이를 감안하면 서둘러야 할 일이다.
 
이산가족 수는 점점 줄어든다. 대한적십자사에 상봉 신청을 한 13만여명 중 57%가 사망했고 생존자의 63%는 80세 이상 고령자다. 올해 들어서만 3천4백여 명이 세상을 떠났다. 한 달에 약 500명 꼴. 지금 이 순간에도 한 분, 두 분이 혈육의 정을 그리며 차마 감기지 않는 눈을 감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은 "가족의 구성원이 서로 소식을 주고받으며 재결합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에서 가장 시급한 인도적 과제다. 이산가족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 동시대인의 도리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산가족의 고통은 오랜 기간 지속된 적대적 남북관계 속에서 어느 일방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이제 4·27 판문점 선언으로 남북화해와 협력의 길이 다시 열렸다. 서신교환과 상설면회소 가동, 상호 방문 허용 등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이산가족 문제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의 아픔이자 해결해야 할 인도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김해뉴스 /정상섭 선임기자 ve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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