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부러움사는 복지국가 
서열화 말조차 없는 교육체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모색



핀란드와 한국, 두 나라는 서로 8000㎞ 떨어진 유라시아 반대편에 있는 아주 먼 나라다. 한데 너무도 많이 닮았다. 오랜 세월 동안 배고픔과 빈곤에 시달렸고, 주변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많은 전쟁도 겪었다. 동족상잔의 좌우 이념 전쟁도 있었다. 민족성도 비슷하다. 핀란드를 상징하는 정신 '시수(SISU)'는 우리말로 해석하면 '은근과 끈기'다.
 
그렇지만, 핀란드는 지금 우리와는 확연히 다르다. 핀란드는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복지국가이며 우리보다 훨씬 상위권의 국가 경쟁력을 수십 년째 유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 156개국 중 행복지수 1위의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뛰어난 교육시스템을 갖춘 나라이기도 하다.
 
'핀란드에서 찾은 우리의 미래'는 핀란드의 무엇이 우리와 다른지, 그들의 숨겨진 저력을 살핀다. 또한 이를 통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찾는다.
 
핀란드를 얘기하면, '노키아의 신화'도 사라졌는데, 왜 아직도 핀란드냐고 물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저자는 "노키아가 결코 다가 아니다"고 얘기한다. 예전에는 휴대폰 업체 노키아의 성공담을 듣기 위해 핀란드행 비행기에 올랐다면, 지금은 게임 회사 슈퍼셀 신화를 보기 위해 다시 핀란드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먼저 핀란드의 저력을 혁신에서 찾는다. 실제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의 '혁신' 시스템을 시작한 나라가 바로 핀란드다. 우리도 혁신을 외쳤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실패를 감수하는 실험정신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를 감수해야 진정한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일자리라는 결과물, 파급효과도 있어야 한다. 위험 감수, 고용 연계, 파급효과, 이 세 가지 원칙은 핀란드 국가 혁신시스템이 지켜온 기본 이념이라 할 수 있다. '실패는 절망'으로 인식되는 우리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저자는 또 다른 차이점을 교육에서 찾는다. 그중 하나가 핀란드의 무상교육. 저자는 "무상 교육이 가져올 국가적 이익은 너무 많다. 사교육으로 인한 과다 지출을 막고, 대학 서열과 서열 사회를 없앨 수 있다. 또한 세금 따로 사교육비 따로라는 이중과세도 막을 수 있다. 물론 임금 격차로 인한 불평등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핀란드의 경우, 대학 서열화라는 말조차 없다. 고졸과 전문대, 대학 졸업자의 임금 격차는 4~7%에 불과하다. 반면에 한국은 대졸이 고졸보다 50% 가까이 임금을 더 받는다. 한국은 더 많은 월급을 받기 위해 대학에 다녀야 한다.
 
핀란드 교육 과정 속에 노조 교육이 있다는 것도 우리와 다른 점이다. 교사는 먼저 노조에 대해 알려준다.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교사는 여러 상황을 만들어 토론하게 한다. 회사가 수익을 잘 낼 때, 또는 경영이 어려워 월급을 깎아야 할 때 등 여러 상황을 던져준다.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의견을 말하게 한다. 흔히 핀란드가 복지 정책을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노사정 대타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그걸 이룰 수 있었던 밑바탕엔 바로 노조 교육, 약자를 생각하는 교육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혹자는 핀란드를 사회주의 좌파 국가로 비판한다. 과연 그럴까?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핀란드는 사유재산권을 가장 잘 지키는 나라다. 또한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핀란드를 '유럽과 세계에서 경제 자유를 추구하는 최상위 국가이며, 정보통신기술의 유럽권 리더로 튼튼한 개방형 내수시장과 고효율, 유연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가진 나라'로 평가했다. 핀란드는 이렇듯 사적 소유와 시장경제라는 자본주의의 기본 가치를 양대 축으로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기술 개발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키운 나라다.
 
이외에도 성장의 동력이 되는 복지, 균형과 중심을 잃지 않는 정치, 40% 여성 쿼터제와 성 평등의 디자인, 환경과 에너지의 혁신클러스터도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핀란드의 숨은 저력들이다. 저자는 "이들 모두가 핀란드의 핵심 경쟁력이며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요체"라고 말한다. 교육가, 정치가, 기업가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부산일보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