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덥고 긴 여름이었다. 이젠 제법 시원해질 때도 된듯한데 아직 덥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지치고 힘들어하는 것이다. 1억 년 동안 만들어진 지구의 화석 에너지를 지난 200년 동안 거의 다 써버리고, 곡물 생산을 위한 산림 파괴 등으로 지구의 인내도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이렇게 훼손되고 변화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건강 역시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지구의 노화를 재촉하면서 얻어낸 다양하고 풍성한 먹거리들이 우리를 행복하고 건강하게 해 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영양의 과잉과 유전자의 변형 등으로 지금은 오히려 우리의 식단이 우리 스스로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것은 인류의 최적 상태가 문명시대 이전이라는 믿음을 갖게 했고, 이로 인해 식생활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연구가 시작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구석기 시대의 식습관을 따라 하려는 구석기(원시인) 다이어트 열풍이 그것이다.

이 이론의 시작은 1975년 '구석기 식단'이라는 책을 쓴 소화기 학자 월터 보에틀린에 의해 비롯되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자꾸만 늘어나는 비만과 당뇨병 같은 소위 '문명병'이 탄수화물에 의존하는 식단 탓이라는 인식과 함께 2010년대에 와서는 더욱 유행을 한다. 게다가 할리우드 스타들이 체중감량과 건강유지의 비결로 구석기 다이어트를 소개하니 '구석기로 돌아가자'는 음식 운동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번졌다. 우리나라에도 '구석기 다이어트'라는 이름으로 책이 출간된 바 있고 언론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바 있다.

구석기 식단을 요약하면 단백질과 생선기름과 같은 불포화지방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흰밥, 빵, 면과 같은 정제 탄수화물은 피하고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 위주로 식사하는 식생활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사냥과 채집으로 가능했던 채소류, 살코기, 생선, 가금류, 달걀, 조개류, 씨앗류, 견과류, 각종 오일 및 과일 등을 집중적으로 섭취하는 식생활을 말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도구가 없었던 시절처럼 음식의 가공이나 조리를 거의 하지 않는 식단이다.

따라서 인간의 원초적 식단이란 문명시대 이후 등장한 식재료인 유제품, 가공 곡류, GMO 콩류, 정제된 설탕과 소금, 향신료와 같은 양념, 커피, 주류, 패스트푸드 등의 섭취를 제한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물론 구석기 식단의 무분별한 추종에 반대하여 이 요법이 현재의 삶에 최적화되어 있는 진화된 인간 유전자에는 맞지 않고, 적용하기 힘든 식단이라 지금은 틀렸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하지만 문명시대 이전의 순수했던 인류 식생활을 현재와 비교함으로서 우리가 알아야 할 건강한 식생활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겠다.

*먼저 '소식'이다. 건강증진에 관한 어떠한 음식이나 약, 혹은 운동조차도 적게 먹는 것보다 무병장수의 비결은 없다. 인류가 생존해 오면서 지금만큼 과식의 시대를 보내온 역사는 없었다.

*하루 권장량의 단백질 섭취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빈곤의 시절보다 많은 양의 단백질을 현대인이 섭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농업 생산량의 과다로 인해 단백질 섭취 비율이 탄수화물 섭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정제되고 가공된 탄수화물의 섭취에 주의가 필요하다. 채취해서 가공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신선한 채소나 과일 등의 섭취는 좋지만 밥, 빵, 면, 과자, 음료수 등의 가공된 음식은 삼가자.

*짜게 먹지 말자. 소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귀하고 값비싼 재료였다. 그러나 지금은 소금만큼 흔한 것도 없다. 특히 국, 찌개, 김치, 젓갈류가 많은 한국 음식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향신료를 과하게 먹지 말자. 예부터 내려오는 명절음식이나 제사상을 보면 후추, 겨자, 고추, 양파 같은 향신료가 전혀 없는 것이 특징이다. 향신료 생산이 가능한 열대지역을 제외한다면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향신료를 먹기 시작한 역사는 오래되지 않는다. 김해뉴스 /조병제 한의학·식품영양학 박사 부산 체담한방병원장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