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자·연구자 13명 함께
당대 문학작품들 재해석



‘더 이상 주류 문학사의 남성 중심적 질서가 규정한 '문학(성)'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지는 않겠다는 것, …무엇이 '좋은 문학'이고 '문학적인 것'인지, 어떤 작품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민주주의를 상상하는 데 필요한 자원인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가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근현대문학을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재해석한 책이 나왔다.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은 지난해 2월 열흘간 열렸던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학사' 강좌에 참여했던 강연자 10명과 함께 연구자 3명이 힘을 보태 완성됐다.

근대 초기의 문학적 상황, 한국문학사의 황금기로 꼽히는 1950~1970년대, 197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포스트 냉전 시대의 한국문학 등 3부로 나뉜 책은 신소설, 여성문학, 사회주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전쟁, 남성성, 독재 등 다양한 주제를 토대로 당대 문학작품을 새롭게 바라본다.

당대 여성 작가들에 대한 소문을 서사화한 '모델소설'에 맞서 스스로를 변호해낸 1세대 여성 작가 나혜석 김일엽 김명순을 시작으로 '문학을 심문하는 문학'이 된 여성문학(심진경), 강경애 박화성 주세죽 등 시대의 한계와 자신들의 모순을 드러내면서도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자기서사를 통해 끊임없이 시도했고 증명한 식민지 조선의 여성지식인들(장영은), 문학작품과 영화를 통해 세밀하게 접근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커밍아웃(이혜령), 1950년대 여성국극이 보여주는 젠더교란에 비춰본 당대 문학작품의 비(非)남성(허윤), 1960~1970년대를 휩쓴 독일작가 루이제 린저 붐에서 남성중심주의에 의해 역설적으로 지워져 버린 '여성'에 대한 고찰(김미정), 6·25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을 거치며 더욱 공고해진 여성 혐오와 젠더 및 섹슈얼리티 문제(조서연), 진보주의 문화 속에서 여성 투사로 성장한 386세대 여성 작가들의 여성후일담 소설(김은하) 등 13편 각각이 던지는 메시지는 흥미로우면서도 묵직하다. '감수성의 혁명'으로 꼽힌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두고 '젠더적 관점에서 읽을 때 느끼는 문제성은 주인공의 뒤틀린 자기 고백이 ‘여성 훼손‘에 대해 남성들이 드러내는 저항감의 ‘한계치’로 제시됐다'(강지윤)고 한 대목에선 특히 시선이 머문다.

부산일보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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