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김밥 좋아해요."
 
스리랑카 출신 대학생 피리얀다(32) 씨. 그의 입맛은 완전 토종 한국인이다. 김밥을 좋아하고, 김치의 매콤한 맛도 입에 딱 들어맞는단다. 제일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회'. 사실 단무지만 빼놓고 웬만한 한국 음식은 다 잘 먹는 편이다.
 
피리얀다 씨는 7년 전 산업연수생으로 처음 김해에 발을 내디뎠다. 그가 일했던 회사는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곳이었다. 자동차는 스리랑카에서도 대학 전공으로 선택할만큼 관심 분야였다. 피리얀다 씨는 연수생 기회가 왔을 때 망설임 없이 한국행을 택했다. 자동차는 한국이 일류라는 인식 때문이다. "스리랑카에 있는 좋은 차는 다 한국 차예요. 자동차 기술은 한국이 세계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본 고장에 가서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죠." 피리얀다 씨가 말했다.
 
그는 2년 반 동안 산업연수생으로 머물다 다시 고국으로 돌아갔다. 한국에서 번 돈으로 사업을 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돌아가서도 자동차에 대한 미련이 버려지지 않았다. 결국 피리얀다 씨는 지난 2006년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번에는 대학생 신분이었다. 그는 창원전문대에서 2년 과정으로 자동차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곧바로 인제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그렇게 5년, 피리얀다 씨는 말그대로 한국 사람이 다 됐다. 특히 김해 지리는 눈감고도 길을 찾을 정도. 소형차를 운전하는 그는 골목길을 따라 이어지는 지름길을 꿰뚫을만큼의 운전 실력을 자랑했다. "제가 부업으로 대리운전을 해 볼까 했어요. 특히 김해 길은 웬만한 김해사람보다 제가 더 잘 알 걸요?" 피리얀다 씨가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한국'과 '자동차'에 있어 전문가가 됐지만 피리얀다 씨는 진로를 바꿨다. 그는 요즘 부산 고신대에서 국제선교학을 다시 공부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로 한국에 머물렀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 "일단 말이 안 통하니까 외국인근로자들이 어려움이 많아요. 병원도 못 가고 법원에서도 불리하고…. 저도 종교에 많이 의지했거든요. 한국에 익숙해 질수록 뭔가 외국인근로자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피리얀다 씨가 말했다.
 
그는 요즘 학업과 동시에 창원지법 통역봉사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가 있던 날에도 살인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의 재판에 참석하고 왔다고 했다. "타국에 와서 죄를 짓고 재판을 받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언어나 문화 차이에서 범죄가 발생하기도 하구요. 그 간극을 최대한 줄이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피리얀다 씨의 눈이 반짝였다.
 
피리얀다 씨는 최근 진짜 한국인이 됐다. 귀화를 위한 1차 필기시험에 통과한 것. 그의 차 안에는 '살수대첩', '고조선' 등 한국의 역사문제가 빽빽히 적힌 종이가 가득했다. 피리얀다 씨는 앞으로로도 계속 한국에서 삶을 이어가고 싶다고 한다. "스리랑카에 계시던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거든요. 이젠 한국이 제 고향 같아요. 결혼도 한국 여자랑 하고 싶은데, 가능하겠죠?" 피리얀다 씨가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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