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 토대로 재밌게 풀어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 직시



 잘 나가던 마초 남성 페터 뮐러 씨. 마케팅 부서 지역 총괄 책임자 자리에 도전하려던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여자로 변해 있었다. 페트라 뮐러가 돼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악몽'은 그치지 않는데….

남자로 살아가던 세상은 여자가 되자 지옥이 됐다. 언뜻 판타지 소설로 보이는 책은 독일 최고의 커리어 코칭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르틴 베를레가 쓴 자기계발서다. '매일 지옥으로 출근하는 여자들을 위한 생존 가이드'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책은 '입장 바꿔보기'를 토대로 여성들이 일상생활과 직장에서 무시로 맞닥뜨리는 다양한 불합리한 상황을 위트있게 풀어낸다.

주인공이 입사 면접에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질문만 받다가 결국 탈락하는 것은 기본. 겨우 취직된 회사에선 여자라는 이유로 온갖 잡일을 떠맡고 연봉이 삭감되고 비서는 물론 아이디어도 뺏긴다. 집에서도 불합리한 상황은 계속된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가사와 육아는 모두 여성의 몫. 임신과 출산, 양육을 둘러싸고 배려를 가장한 차별이 벌어지는 상황은 절로 한숨이 나온다.

각 장 말미에 실린 커리어 코치와의 대화에선 이같은 불합리한 상황을 효율적으로 타개해나갈 수 있는 실질적인 팁을 제시한다. 예컨대 남자라면 직장생활이 훨씬 쉽지 않겠느냐는 말에 '남자가 되려고 노력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남자 같은 여자가 아니라 더 여성스러운 노동환경'이라고 답한다. 여성 임원 비율이 평균 이상인 기업이 손실이 낮다는 연구 결과를 더 해 주장의 설득력을 높였다. 비난 등 공격당했을 땐 똑같이 공격하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여성들이 연봉 협상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로 자신의 성과를 '우리'의 업적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을 지적하며 '나'를 강조하는 동시에 확신을 전할 수 있도록 낮은 목소리로 얘기할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남자들이 아침에 눈 떴을 때 여자로 변해 있을까 봐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직장을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잊지 마라, 남성들이여. 이 땅의 여성들은 지금도 매일 아침 두려움을 안고 자리에서 일어난다는 것을!'이라는 저자의 말은 독일 반대편 한국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하다. 책은 여자에겐 생존 가이드가, 남자에겐 행동 지침서가 될 수 있다. 그동안 미처 알지 못한 동료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직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일보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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