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뮤지션·배우·소설가
아이돌과 경쟁·70대에 영화상
구체적 사례 통한 변화 물결
'가왕' 조용필은 2013년 19집 앨범을 내놓는다. 그 앨범에 실린 신곡 '바운스'는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그때 그의 나이는 예순셋. 나이로 보면 사실상 준(準) 할아버지였다. 과거엔 40세만 넘어도 대중음악에서 멀어져 갔지만, 100세 시대가 되면서 대중가요에서 '늙음'이라는 언어가 주는 뉘앙스도 격변 중이다.
엊그제 통계청은 2017년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인용,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고령사회'로 진입했다고 알렸다. 이는 2017년 한국의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4%를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고령화는 전 세계적으로도 비교 대상을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행 중이다. 바야흐로 한국도 본격적으로 '100세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100세 시대는 모든 사회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는 문화산업도 예외일 수 없다. 그래야 문화산업이 생존하고 번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용필의 '바운스'는 대중문화가 100세 시대를 맞아 어떤 방식으로 적응해 가는지를 알려주는 한 사례라 하겠다.
영화평론가 등이 최근 펴낸 '호모헌드레드와 문화산업'은 우리나라의 대중문화산업이 어떻게 100세 시대에 적응했고, 또 적응하고 있는지를 음악, 영화, 문학으로 나눠 구체적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책이다. 제목에서 '호모헌드레드'는 인류를 호모사피엔스(homo-sapiens)라 부르는 것에 빗대어 2009년 유엔이 명명한 것으로, 이 또한 100세 시대를 의미한다.
호모헌드레드 시대에서 모든 산업은 적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적응 방식은 아직 체계화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가수 최백호는 호모헌드레드 시대 적응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마흔다섯이던 1995년에 탱고리듬 '낭만에 대하여'가 히트치면서 이후 20년 넘게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혈기와 영 스피릿(young spirit)의 추세 속에 고령자들도 그 대열에 동참해 그들만의 원숙함과 멋을 판에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흔히 음악은 젊은 사람의 전유물로 치부되어 왔다. 하지만 이젠 모든 게 달라졌다. 나이 든 뮤지션이 젊은이들의 판인 음악계에서 추억을 파는 존재가 아닌 창의적인 신곡으로 청춘스타와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 쪽은 어떨까? 2017년 말 영화계를 뜨겁게 달궜던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보자. 이 영화는 지난해 연말 영화계 상을 대거 휩쓸었다. 화제는 역시 여주인공 나문희였다. 그 역시 시니어 배우다. 지난해 기준 76세였다. 그는 은퇴를 생각했을 법한 50대 중반의 나이에 처음으로 큰 상을 받아 능력을 인정받았고, 은퇴 후 자연으로 돌아가 편한 여생을 생각할 법한 70대 중반의 나이에 '아이 캔 스피크'로 상을 휩쓸었다. 이제 시니어 영화는 더 이상 낯선 주제가 아니다. 노인을 주제로 해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영화도 나왔다. 영화 '국제시장'이 좋은 예다. 이순재, 오현경, 전무송, 변희봉, 손숙, 윤여정 등 이들 배우는 영화를 통해 100세 시대에 적응해 가고 있다.
문단에서도 시니어 돌풍이 거세다. 한국소설가협회의 경우, 80대에 신입회원이 되고 50대 이상이 94%를 차지하는 실로 파격적인 분포도는 머지않아 한국 문단에 돌풍을 일으킬 시니어들의 미래를 짐작하게 하는 지표다.
책은 100세 시대 적응 사례만 얘기하는 건 아니다. 고령자 전용문화시설 건립과 같은 100세 시대에 맞는 문화정책 발굴도 주문한다.
100세 시대에도 음악은 여전히 우리의 베스트프렌드일 것이다. 영화는 호모헌드레드 시대에도 우리의 가까운 이웃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문자의 영상화' 시대에서 문학은 우리의 먼 이웃쯤이 될 듯싶다.
100세 시대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미처 예측하지 못한 변화가 몰아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전망한다. 이에 산업을 100세 시대에 맞도록 지금 바꾸지 않으면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를 맞아, 대중문화가 어떻게 100세 시대를 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해답을 이 책에서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겠다. 100세 시대는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다.
부산일보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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