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대폭인상, 소득주도 성장, 기업들의 투자 압박, 고용참사 등 한 눈에 봐도 불편하거나 잘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는 단어들이 뉴스나 인터넷 등에서 활발히 회자되고 있다. 게다가 경제 수장들의 불협화음도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어 정책 실패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들이 매섭다.

소득주도 성장의 중요한 축인 최저 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국가 전체 취업자 수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겐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고 정부는 카드 수수료 인하 및 정부지원금 확대 등으로 그들을 달래려고 하고 있으나 상황은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 및 집권 여당의 지지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으며 총선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이 잘 못 된 것인지, 애당초 단추를 잘 못 끼운 정책이었는지 아니면 인내를 필요로 하는 시점인지에 대해 냉철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우선,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소득분배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가정하에, 기업의 이윤보다 노동자의 임금이 올라갈수록 소비가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즉, 기업의 이윤보다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할수록 소비가 증가하는데,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이윤이 줄어들지만, 비용 절약을 위해 투자를 늘리고, 소비와 투자 증가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더 높아지는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다만 기업의 노동절약형 혁신으로 인해 고용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정책과 공공투자를 확대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타당성이 있다고 보인다.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임금)을 늘려주는 것이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실상 이러한 정책이 문재인 정부에서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도 배당소득에 상당한 조세혜택을 주는 등 일부 정책적으로 도입하기도 했으나 대주주나 재벌들이 오히려 더 많은 혜택을 누린 결과만 초래했다.

이러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후기 케인지안 학자들을 중심으로 마르크스적 사고가 결합된 산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주류 경제학자들은 "소득주도 성장은 단기적 경기부양책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반박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현 정부의 정책은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만큼 조기에 성과를 도출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로는 첫째, 정책 실행과 관련한 속도의 문제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급격한 다이어트의 결과로 요요 현상과 같은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다이어트의 핵심은 자기 몸을 속이는 것이라 시간을 두고 천천히 꾸준히 진행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소득주도 정책의 핵심중의 하나인 최저임금 상승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함에도 가시적인 성과 도출을 위해 너무 서두르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정부 정책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무리한 다이어트로 새로운 병을 얻을 수도 있는 것처럼 포퓰리즘적 접근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신뢰에 관한 문제이다.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경제의 동력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이러한 의문에 대해 스티브 M. R. 코비는 그의 저서 '신뢰의 속도'라는 책에서 명쾌하게 그 답을 내놓고 있다. 그는 신뢰수준이 내려가면 속도는 내려가고 비용은 올라간다고 하면서 그 사례로 9·11 테러를 들었다. 테러 전에는 항공기 이착륙 30분 전에만 공항에 도착해도 신속하게 보안 검색을 통과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미국 내 여행은 1시간 30분 전에, 해외 여행의 경우에는 2~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또한 티켓을 발행할 때마다 신설된 9·11보안세를 내야 한다. 즉, 속도는 내려가고 비용은 올라간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과 같은 중차대한 정책을 시행하면서 정책입안자들의 머리 속에 있는 구상과 정책 수혜자들의 시차적 불균형 및 해석의 차이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김해뉴스  /유범재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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