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 진영읍 본산리의 한 조선기자재 업체가 폐업한 후 입구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다. 심재훈 기자

 
 신용 낮아 운전자금도 못 빌려
 외국인근로자 급감·실업자 급증세
"김해시 특위 설립 등 대책 시급"


 
기업도시 김해가 위기에 직면했다.
 
그동안 김해는 동남권 조선·자동차·기계 산업의 부품과 소재를 공급하는 배후기지로 급성장했지만 더 이상 그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거세다.
 
2016년부터 지역의 조선, 자동차, 기계 관련 2~4차 협력업체들이 발주처의 물량이 급감하면서 휴·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해지역의 전체 경제와 고용 환경도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제조업의 부진이 계속될 경우 불황이 부동산, 유통, 자영업 등 지역의 전 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불황은 또 둔화된 인구 유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김해가 생존하기 위해 수명이 다해가는 김해지역 제조업을 발빠르게 재편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김해제조업 고용환경 급격히 악화
김해제조업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10인 이하 사업장이 하나 둘 무너지고 있다.
 
지역상공인들에 따르면 상동면 매리, 주촌면 내삼리 등 영세기업 밀집지역의 경우 공장 가동률이 50~70%에 불과한 실정이다.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한계기업도 늘고 있다
 
경남신용보증재단 관계자는 "10인 이하 소규모 업체들이 운전자금 보증을 위해 찾는다. 하지만 부채비율이 높거나 신용등급 문제로 심사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어려움을 겪는 영세업체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밝혔다.
 
2017년 김해시의 제조업체 조사에 따르면 지역에는 7539개 업체가 있다. 이들 기업들이 고용 중인 근로자는 8만 5732명이다.
 
하지만 지역 제조업은 영세성을 면치 못한다. 7539개 기업 가운데 71.6%인 5400여 개 기업이 10인 이하 기업이다. 반면 50인을 초과해 고용하는 기업은 248개로 전체 제조업체의 3.2%에 불과한 실정이다.
 
자금력과 기술력이 취약한 이들 기업들이 불황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역 경기도 동반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제조업의 침체는 고용환경도 급격하게 악화시키고 있다.
 
고용노동부 양산지청에 따르면 2016년까지 1만 명 이상을 기록하던 김해의 외국인 근로자가 지난 7월 9300명까지 떨어졌다. 
 
실업급여 수급자도 급격히 늘었다. 2014~2017년 매년 평균 1만 명 초반에 불과하던 실업급여 수급자가 7월에 벌써 7400명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수급자는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변화는 폐업,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비자발적 실업이 늘어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해산업구조 재편 시급
현재 제조업 침체가 계속될 경우 부동산, 유통, 자영업 등 김해의 전 산업으로 불황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기업도시 김해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통계청 경제총조사(2016년)에 따르면 22만 4543명의 경제활동 인구 가운데 42%에 이르는 9만 3282명이 제조업 종사자였다.
 
2010년 50만 명을 돌파한 김해시 인구의 증가는 2016년부터 급격히 둔화됐는데, 이 때가 바로 조선 산업 구조조정이 정점에 이른 시기였다. 
 
우선 현재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기계·조선 등 지역 주력산업의 고도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경남본부는 지난해 '경남지역 기계산업의 부진요인 분석 및 수출경쟁력 평가' 보고서에서 "기계산업이 조선업과 함께 역내 경제성장을 견인해 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성장률 -1.4%를 기록해 전국평균치 3.3%를 크게 밑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본부는 "단순 제조업만으로는 국제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는 만큼 선진국 주요 기계업체들처럼 IT 프로그램 개발 및 정보 네트워크 구출을 통해 수익원을 서비스 부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제조업을 대체할 새로운 창업의 필요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박정근 경남동부지부장은 "20~30년 동안 한 업종을 영위해 온 영세기업 입장에서 업종전환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며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진 젊은이들이 창업을 할 수 있는 창업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 지자체와 지원기관들이 폭넓고,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김해시, 기업지원기관, 지역상공계, 지역대학 등이 이제라도 지역제조업의 현실을 심각한 위기로 인식하고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경제 전문가들은 "자생력을 갖춘 기업이 적으니 외부환경 변화에 따라 타격을 받는다. 3~4년 지나면 영세기업들은 거의 살아남기 힘들다. 김해가 기업도시인데 중소기업이 생존하지 못하면 도시도 죽게 될 것"이라며 "김해시, 지원기관, 대학, 지역상공계 등이 수평적인 협력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김해시 산하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설립 등 위기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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