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진 생명나눔재단 사무총장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가야사 복원사업'이 선정되면서 경남은 물론 부산, 경북, 전남 등 가야사와 관련된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을 확보하고 제도를 손질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야사 복원사업'은 김해시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예산문제로 표류 중이던 가야사 2단계 복원사업이 100대 국정과제에 선정되고 '봉황동 금관가야 왕궁터 발굴사업'에 100억 원의 국비 확보가 결정되면서 추진에 탄력을 받았다. 경남도도 '가야문화권 특별법' 및 '가야사 연구·복원지원 조례 제정' 등 단기과제 55개 사업의 세부 실행계획을 확정·추진키로 결정해 김해시는 양쪽에 날개를 단 듯하다.
 
그럼에도 사업대상지의 주민들은 생각이 다른 듯 하다. 가야사 2단계 사업 대상지인 김해건설공고와 김해서중학교, 구봉초등학교 학부모와 총동문회, 김해교육연대 등 교육단체들은 교육공간을 허물고 광장과 정원을 만드는 사업계획에 반대하고 나섰다. 반대 단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기자회견과 문화재청 항의방문을 이어가며 본격적인 반대투쟁을 펼치고 있다.
 
'봉황동 금관가야 왕궁터' 발굴 대상지 주민들도 '문화재 보호구역 지정예고'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3일 보호구역 지정예고 대상 주민들과 봉리단길 상인 60여명은 회현동 주민센터에 모여 김해시의 왕궁터 발굴사업에 대한 중장기 계획에 반발하며 대책위를 꾸리기도 했다.
 
'가야사 복원사업'과 '봉황동 금관가야 왕궁터 발굴사업'은 가야사를 중심으로 한 문화재 보호가 핵심인 국책사업이다. 그럼에도 이 두 지역의 주민들은 왜 반대를 하는 것일까? 이 두 곳 대상지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에 동의하는 지점이 있다. 알권리, 행복추구권, 자기결정권, 주거권, 재산권, 생존권 등 기본권이 제한받고 침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주장은 어떤 기관으로부터도 진행될 국책사업에 대해 사전 설명은커녕 의례적인 공청회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국가가 사업을 하니 그런줄 알아라' 식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문화재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문화적 생활활동으로 이루어진 유산 가운데서 역사적·문화적으로 귀중한 가치가 있는 사물을 말한다. '문화활동에 의해 창조된 가치가 뛰어난 사물'이라는 설명을 동반하는 이것은 먼저 살아간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는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면 선조들과 일상을 함께 한 사물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일상에서 보고, 느끼고, 함께 하는 것이 가치가 아닐까?
 
수십년, 수백년 사람들이 살아온 마을과 학교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펜스를 치고 잔디를 깔아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문화재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인 것일까? 인간의 삶은 살아 있을때 더 고귀하듯이 문화재 역시 조금씩 닳고 훼손되어 간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손길과 발길이 닿고 공감하고 즐기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선택은 아닐까.
 
지난해 가을 경주를 여행하던 중 눈을 의심케하는 광경을 보았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콘서트의 배경 무대가 놀랍게도 고분이었다. 콘서트를 소개하는 브로슈어에는 '왕릉 콘서트'라고 소개돼 있었다. 이 콘서트는 5월에 시작하여 늦은 가을까지 6개월 동안 주말마다 진행돼 연간 6만여명의 지역 주민과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나는 콘서트를 관람하면서 경주시 문화재 보호 정책의 개방적인 태도와 과감한 도전이 부러웠다.
 
문화재 보호를 통해 우리가 얻고 잃는 것은 무엇일까? 문화재도, 문화재 위에 살고있는 사람도, 함께 보호할 수 있는 묘안은 없는 것일까? 전시된 유물로서가 아니라 문화재와 섞여 살아가며 사람들이 행복한 곳으로 기억되고 문화재와 함께 호흡하는 친근한 동반자로서의 관계는 요원한 것일까?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경험을 자연스레 할 수 있는 금관가야 김해는 대단히 매력적인 곳이다.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문화재들과 현재에 충실한 현대인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 일상의 손때가 묻어있고 생활 속 문화재와 성장하는 주민, 문화재의 가치뿐만 아니라 문화재 속에서 지금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동체 등은 먼 훗날 그 자체가 소중한 문화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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