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문학의 향기
부조리한 현실 풍자한 암흑기 지식인 채만식문학의 향기 - 채만식문학관
  • 수정 2018.10.10 09:23
  • 게재 2018.10.02 15:42
  • 호수 391
  • 16면
  • 정순형 선임기자(junsh@gimhaenews.co.kr)
▲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건설된 금강 하구둑. 1930년대 작가 채만식의 붓끝에서 흐린 물이 흐르는 '탁류'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곳이다.



금강하구에 자리잡은 문학관
옛 군산항 철도 옮겨 놓은 마당

항일독서회 사건 이후 친일부역자로
광복 후 속죄하는 '민족의 죄인' 발표


 

▲ 백릉 채만식

부조리한 사회를 우회적으로 풍자한 '탁류'의 작가, 채만식을 기념하는 문학관은 새만금 방조제를 바라보는 금강의 하구마을에 자리잡고 있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갯벌에 우뚝 선 배를 연상케하는 채만식문학관.
 
장미넝쿨이 아름답게 꾸며진 문학관 마당에는 1930년대식 철길이 조성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쌀을 실어 나르던 군산항 철도 중 일부를 옮겨 놓은 것이라고 했다. 근대화초기 군산의 모습을 암시하는 철도 옆에는 수양버들 아래 벤치가 지켜보는 연못이 조성되어 있다. '문학은 아름다운 삶과 그리움이 담긴 수채화'라고 했던가. 작가의 고향, 군산의 옛날 모습을 그려내는 마당이 까닭 모를 향수를 자아낸다.
 
"나 가거든 손수레에 들꽃/ 가득가득 날 덮어주오/ 마포 한 필 줄을 매어/ 들꽃 상여 끌어주오."
 
문학관 전시실 입구에는 조그만 팻말이 있다. 거친 들판에서 모진 비바람을 이겨내고 주변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들꽃. 어렵던 시절에 태어나, 가난과 질병에 맞서 싸우면서, 욕심없이 살다간 작가 채만식의 성품을 알려주는 구절이다. 
 
전시실로 들어가면 일제의 침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1902년 군산시에서 태어나 6·25 전쟁이 터지기 불과 2주일 전인 1950년 6월 11일까지 살다간 작가의 발자취가 소개된다. 힘든 세월을 살다갔지만 해방된 조국에서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모습을 보지않고 떠난 것은 그나마 행운이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 채만식문학관 전경.
▲ 전시실 2층에 마련된 포토존.

인촌 김성수가 설립한 중앙고보에 이어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공부한 후 춘원 이광수의 추천으로 1924년 '조선 문단'에 단편소설 '세길로'가 실리면서 등단한 채만식. 고뇌하는 식민지 청년의 시각으로 잘못된 사회 현실을 비판하는 '동반작가'의 길을 걸으면서 출세작 '레디메이드 인생'을 발표한다. 대표작 '탁류'도 비슷한 시기에 발표됐다. 
 
비록 돈은 없었지만, 자존심만큼은 누구보다 강했던 사람. 외출할 땐 감색 상의에 회색바지를 챙겨입고 중절모를 잊지 않았을 썼을 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해 '프랑스 백작'이라 불렸던 작가 채만식도 무자비한 일제의 총칼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1937년 항일독서회 사건으로 6개월간 감옥 생활을 한 다음부터 친일부역자의 길을 걸은 것이다. 이후 8·15 광복 직전까지 일제의 식민지정책을 찬양하는 글을 쓰고 강연에 나섰다. 이에 대해 작가는 1948년 '민족의 죄인'이라는 소설을 통해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는 자세를 보여준다. 자신의 한계를 솔직히 고백하면서 용서를 구했다는 작가 채만식. 그 모습이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하는 문학관 마당 연못(왼쪽)과 일제강점기 군산항 철도를 재현한 모습.

전시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작가가 살다간 발자취가 차례로 기록되어 있다. 암울했던 시대를 살다간 작가 채만식의 변신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주는 계단길. 나이와 함께 보수화 되어갔던 작가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였을까.
 
묘한 상념을 떨치지 못하고 올라간 전시실 2층에는 학창시절 축구 선수로 활동했던 작가의 사진과 작가가 발표했던 작품이 실린 단행본들이 전시되어 있다. 피 끓는 젊은시절 풋풋했던 작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2층 베란다로 나가면 조그만 안내판이 인사를 한다. 
 
"저 멀리 보이는 금강의 탁류를 감상하세요."
 
나라를 잃은 식민지 청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던 작가의 정신을 상징하는 금강. 그로부터 무려 8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다가 새만금 간척사업에 마주친 금강 하구에는 과연 어떤 물이 흐르고 있을까.
 
김해뉴스 /군산=정순형 선임기자 junsh@


*찾아가는 길
△ 전북 군산시 강변로 449.
△ 남해고속도로(88㎞)를 타고 가다 통영·대전고속도로(87㎞)로 갈아탄 후 익산·포항고속도로(56㎞)로 옮겨타면 된다.
 
*관람 시간
① 오전 9시~오후 6시.(11~2월엔 오후 5시 폐관)
②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은 휴관. 063-445-7885.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순형 선임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재미로 보는 주간 운세 2019년 2월 넷째 주재미로 보는 주간 운세 2019년 2월 넷째 주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비밀글로 설정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