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원색을 바탕으로 독특한 회화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 황주리 화가. 그림만큼이나 뛰어난 글재주로 독자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던 그가 10년 만에 5번째 산문집 '산책주의자의 사생활'을 펴냈다.

'세상의 모든 걸음은 산책'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책은 저자가 그동안 디뎌왔던 '자신만의 골목길'을 끝없이 펼쳐낸다. 골목길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 가족과의 애틋한 추억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특히 일찍 세상을 떠난 남동생을 향한 그리움, "괜찮아, 괜찮아"라며 늘 자신을 보듬어준 어머니에 대한 뭉근한 사랑은 콧등을 시큰하게 한다.

30대 시절을 뉴욕에 고스란히 바친 뒤 9·11 테러 이후 발걸음을 끊었던 저자. 그게 예순 살 생일을 맞아 다시 뉴욕을 찾은 뒤 '늙지 않은 자유의 여신상'을 보며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내 남아있는 삶의 목소리'를 듣는 대목에서도 눈길이 멈춘다.

탄자니아·시칠리아·프라하·울루루·쿠스코·아바나·코카서스 등 세계 곳곳은 문화예술과 갖가지 추억이 어우러져 눈앞의 풍경처럼 다가온다.

글과 함께 실린 그림 26점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작품들이다.

부산일보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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