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우익사상 뿌리 '요시다 쇼인'
 제자들 통해 일본 근현대사 파악
“감정 굴레 벗어난 진지한 성찰”



메이지유신 150주년을 맞아 야스쿠니 신사와 일본 우익사상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요시다 쇼인(吉田松陰, 1830~1859)과 그의 제자들에 대해 해부한 책이 나왔다. 이토 히로부미의 스승, 아베 신조 총리의 정신적 지주로 일컬어지는 요시다 쇼인. 이 책은 그를 스스로 일본의 '역사'가 되려 했던 메이지유신의 심장이라고 평한다.
 
이 책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일본과 관련된 주제를 이야기할 때 반일 감정에 치우쳐 상대방의 역사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이 결여되지는 않았나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진정한 역사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진지한 성찰과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정신에 입각해 양국 관계를 제대로 인식하고 설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근현대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에서 사상가이자 혁명가, 근대 이후 일본을 지배하게 되는 인물들을 기른 교육가, 호기심 많은 탐험가, 결기 넘치는 글로 많은 이의 가슴을 울린 문장가로 일본인들에게 숭앙받고 있는 요시다 쇼인을 우리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이 책은 요시다 쇼인과 그의 학교 쇼카손주쿠(松下村塾)에서 함께 했던 제자들의 삶을 살피며 한국과 일본의 근현대사를 더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책에 따르면 요시다 쇼인은 20대 초반의 3년 반 동안 일본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학자들을 만나 함께 토론하고 지사들을 만나 시국을 논의하며 시야를 확장해 나간다. 그는 서양세력의 침략에 맞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에도막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며 천황을 중심으로 일본의 국체를 바로 세우려 했다.
 
요시다 쇼인은 교토에서 지사들을 탄압하던 에도막부의 관리를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에도로 호송돼 1859년 30세의 나이로 처형당한다. 쇼인은 특히 조선을 침략하고 합병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는데, 그의 제자인 기도 다카요시·이토 히로부미·야마가타 아리토모 등은 훗날 이 논리를 메이지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그의 사상은 현재까지도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아베 신조 내각 총리는 요시다 쇼인의 고향인 야마구치현(조슈번) 출신인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총리 재선에 성공한 직후인 2013년 쇼인의 묘지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참배했고 2016년 말 국회에서 쇼인의 '이십일회맹사' 이야기를 언급하며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도쿄의 헌정기념관에는 역대 총리들의 좌우명이 걸려 있는데, 아베 신조 총리의 좌우명은 쇼인이 그토록 강조했던 '지성(至誠)'이다. 쇼인의 학생이었던 이토 히로부미의 좌우명도 그것이었다. 일본의 우익사상과 역사 인식을 상징하는 야스쿠니 신사의 원래 이름은 조슈신사였다. 이토 히로부미를 비롯한 쇼카손주쿠 학생들과 조슈에서 태어난 인물들이 주도해 1869년 8월 도쿄의 지요타구에 조슈신사를 세우고 요시다 쇼인과 다카스기 신사쿠 등의 위패를 가져다 놓은 것이다.
 
이처럼 요시다 쇼인의 목소리는 그의 사후 16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일본 곳곳에서 메아리쳐 울리고 그 흔적들도 뚜렷하다. 그런데도 한국에는 그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 한 권도 없는 실정이다. 일본에서 요시다 쇼인을 다룬 책이 직·간접적으로 1200여 종에 이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한론(征韓論) 주창 등 우리 근대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요시다 쇼인에 대해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책에서는 요시다 쇼인이 운영했던 개인학교 쇼카손주쿠의 수업 방식과 교육 특색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한다. 여기서 공부했던 학생 중 2명이 총리(이토 히로부미·야마가타 아리토모)가 되고 4명이 장관(마에하라 잇세이·야마다 아키요시·노무라 야스시·시나가와 야지로)이 되어 일본의 근대화를 이끄는 데 크게 기여하는 등 이 학교 출신들이 사실상 일본 근대를 이끌어 나갔기 때문이다. 쇼카손주쿠는 2015년 7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저자는 "오늘날 일본에서 '교육의 신' 요시다 쇼인의 침략 사상과 폭력성 등은 잘 논의되지 않은 채 미화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하면서 "교육의 성패와 명암을 모두 아우르기 위해서는 예찬과 미화의 껍데기를 벗겨내고 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부산일보 /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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