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김해시 봉황동 주민이 겨울을 앞두고 기름보일러를 살펴보고 있다. 조나리 기자

 
면 단위·문화재 지역 설치 어렵고 비용도 막대
2만 4천여 세대 LPG 가스·기름보일러 의존
추위 앞두고 시름 깊어… “시 지원 확대해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며칠 전부터 기름보일러를 틀기 시작했습니다. 겨울 동안 엄청난 기름값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벌써 막막하기만 합니다."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에 사는 주부 김 모(31) 씨의 한숨이 깊어졌다. 김 씨가 거주하고 있는 구도심 주택 지역에는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 자녀를 양육 중인 김 씨는 높은 기름값에도 아이들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보일러를 땔 수밖에 없다고 한다.
 
김해시는 도시가스 공급관 미매설 지역에 대한 설치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시의 지원에도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높아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주민들은 매년 겨울을 힘겹게 나고 있다. 특히 면 지역이나 문화재 지역은 배관 설치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지역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시에 따르면 김해 전체 도시가스 보급률은 약 88%로, 김해 전체 20만 세대 중 12%인 약 2만 4000세대는 여전히 LPG 가스와 기름보일러 등을 사용하는 실정이다.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김 씨는 "겨울에는 한 달 평균 40만 원 정도 기름값이 나온다. 남은 기름양을 미리 확인하지 못하다가 갑자기 기름이 떨어져 추위에 떤 적도 있다. LPG 가스 역시 매달 교체를 해야 돼 불편하고 비용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불편에도 도시가스 보급이 어려운 이유는 공급관 설치 공사에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스 공급관 설치 시 가장 가까운 공급관과 연결하게 되는데 이때 m당 평균 36만 원의 건설비가 든다. 공급관 100m를 설치하는 경우 총 3600만 원이 발생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존 가스관이 있는 도심과 먼 면 지역의 경우 설치 공사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 공사를 할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문화재 지역이거나 하수관, 배수관 등 기존 매설물들로 이격거리가 확보되지 않은 지역을 비롯한 신청지의 10% 정도는 현장 사정에 의해 가스관 설치가 불가능하다.
 
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지역이 더 쇠퇴하고 있다며 도시가스관 설치를 원하고 있다. 대동면 수안마을 최병식(59) 이장은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아 겪는 불편이 아주 크다. 아예 기름을 때지 않고 전기장판만 켜고선 열악하게 생활하는 분들도 많다. 이렇듯 면 지역의 생활 불편이 크다 보니 주민들이 점점 떠날 수밖에 없다.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면 지역에도 도시가스를 보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해시 일자리정책과 관계자는 "시에서 적극적으로 지원 사업을 벌여온 결과 김해의 도시가스 보급률 약 88%로 다른 지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해시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6년간 김해지역 3548세대에 도시가스 공급관 설치비 지원을 펼쳐왔다. 이 사업은 도시가스 보급 손익분기점 미달지역으로 분류돼 가스 보급이 이뤄지지 않은 지역 중 공급관 설치 길이 100m당 신청 세대수가 45세대인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시는 도시가스 공급관 설치를 원하는 주민들이 도시가스공급사인 경남에너지㈜에 내야 하는 시설분담금의 50%(최고 300만 원),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일 경우 분담금의 100%(최고 500만 원)를 지원한다.
 
시 관계자는 "오는 11월 9일까지 신청을 받아 내년에도 500세대를 대상으로 도시가스 설치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설치비 지원을 통한 도시가스 보급으로 에너지 복지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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