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그래퍼 이희숙 씨가 자신이 쓴 작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경민 기자

 

2016년 지인 추천 '캘리' 시작
병마와 싸울 때도 큰 힘이 돼
현재 문화행사 포스터작업 몰두



"제가 쓴 글을 받고 기뻐하는 사람이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예쁜 글씨 보다는 감정이 담긴, 살아있는 글씨를 쓰려고 노력해요. 제가 글씨를 쓰면서 숨을 쉴 수 있었듯 다른 사람들이 제 글을 보고 힘을 얻을 수 있길 바랍니다."
 
요즘 현대인들 사이에서는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캘리그래피(서체학)가 인기를 끌고 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책 속 문구, 노랫말, 명언 등을 독특한 형태로 표현해 감동을 선사한다. 때로는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글로 보는 이들에게 마음의 휴식을 선물하기도 한다.
 
김해에서도 캘리그래피를 통해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캘리그래퍼 이희숙(47)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씨는 지난해 우리소리예술단의 정기공연 '소리가 춤춘다'을 시작으로 김해에서 열리는 다양한 문화공연의 포스터 글씨를 써왔다. 최근에는 김해뮤직페스티벌 '연어', 김해오광대 정기공연 '탈 보러 가자', 여의사랑문화제 '여의와의 소풍', 연극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등을 썼다.
 
그가 처음 캘리그래피를 시작한 것은 2016년 10월이다. 육아에 지쳐있던 그에게 지인이 추천을 했다.
 
이 씨는 "당시만 해도 캘리그래피가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다. 문화센터의 강의를 수강했는데 마음에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결국 독학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두 아이를 돌보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연습에 몰두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자려고 누웠다가도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벌떡 일어나서 썼다. 한 달 동안 한 글자만 쓸 정도로 집념을 갖고 매달렸다. 배우고픈 마음에 선생님을 만나러 전남 군산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캘리그래피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었던 올 초 그는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씨는 "벚꽃이 필 때 쯤 목욕탕을 찾았다가 우연히 가슴에 혹이 만져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병원에 가니 유방암 초기단계라고 했다. 이제 겨우 6세, 7세인 두 아이 걱정에 잠이 안 왔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다. 머리카락을 잃긴 했지만 다섯 차례 항암치료까지 무사히 마쳤다"고 전했다.
 
투병을 할 때도 캘리그래피가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힘이 돼줬다.
 
이 씨는 "병실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 주변에서 만류하기도 했지만 글을 쓰는 게 위로가 됐다. 의지가 됐고 약이 됐다. 덕분에 빨리 떨쳐내고 일어설 수 있었다. 아직 머리카락이 짧아 간혹 스님이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행사장을 누비며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웃었다.
 
그는 잠시도 쉬지 않고 활동한다. 그래야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이 씨는 "몸을 좀 더 추스르고 내년 1월부터는 캘리그래피 강사로 나설 예정이다. 가장 원론적이고 본질적인 강의를 만들고자 한다. 나는 혼자서 공부하면서 어렵게 배웠지만 다른 사람들은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마음을 담아 위로를 선물할 수 있는 캘리그래퍼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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