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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는 친구에게나침반
  • 수정 2018.10.16 16:43
  • 게재 2018.10.16 16:35
  • 호수 393
  • 15면
  • 강재규 김해뉴스 독자위원·인제대 법학과 교수(report@gimhaenews.co.kr)
▲ 강재규 김해뉴스 독자위원·인제대 법학과 교수·김해YMCA 전 이사장

친구야, 오후에는 진영 5일장을 찾아 씨마늘 2킬로그램을 2만 원에 구입했다네. 벌써 양파 모종도 나왔더구나. 집 앞 텃밭, 고춧대를 뽑아내고 고구마를 캔 자리, 곧 다가올 겨우 내내 덩그마니 비워놓을 수 없어 양파 모종과 마늘을 심을 예정이거든. 마늘과 양파는 겨울을 나는 작물로 눈 속에서도 초록빛깔을 잃지 않아 이미 파종해놓은 시금치와 완두콩 싹과 더불어 겨울 농장의 초록 파수꾼이야.

내가 귀촌한 김해시 진영읍 양지마을은 도시 속의 농촌이라 나지막한 뒷산에서 여름이면 뻐꾸기, 가을에는 부엉이와 소쩍새 울음소리가 잠자던 어릴 적 고향의 향수를 마구 흔들어 깨워. 봄에는 뒷산에 올라 고사리를 꺾어 삶아 말리며 이미 고인 되신 할머니, 어머니를 회상하며 친구와의 옛 추억도 떠올려본단다. 가을엔 자전거를 타고 억새 살랑대는 철둑길을 따라 화포천 습지를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해. 지금은 단감의 본고장 진영답게 곳곳이 울긋불긋 익어가는 단감 지천이다.

이른 아침 샛문을 열고 나가 서늘하면서도 맑고 상큼한 시골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키며, "아하, 이게 바로 '행복'이로구나!' 매일 아침 확인한단다.

매캐하게 오염된 공기를 마시며 사람에 떠밀려 짐짝처럼 쟁여지는 서울의 지하철, 소음이 소음에 묻혀 그게 소음인지조차 인지 못하게 하는 도시의 삶, 천정부지로 뛰는 집값, 땅값에 짓눌려 집 마련이 삶의 존재이유가 되어버린 서울의 삶, 친구야, 지금 자넨 행복하니?

친구야, 사람도 일자리도 돈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다 몰려 있더구나. 우리나라의 모순구조의 거의 대부분이 남북분단 못지않게 수도권 집중 탓이더구나. 한걸음만 비켜서 찬찬히 생각해보면 그럴 이유 전혀 없는데 말이야. 기업도 대학도 정부 부처도 서울에 있든 지방에 있든 무슨 대수냐고.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고, 인공지능이 일상화된 시대인데, 우리의 사고는 여전히 수십 년 전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하구나.

친구야, 자네와 내가 함께 공부했던 초등(국민)학교, 중학교가 폐교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 예전 우리가 다닐 땐 전교생이 각 800여명, 600여명이던 그 학교가 말이야. 60-70년대 20여만 명에 육박하던 고향의 군(郡) 인구였는데, 지금은 채 5만 명도 안 돼 지방소멸을 고민하더라. 재정자립도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향 경남의 군이 부지기수고, 다른 지역들도 예외가 아냐.

국가의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정책의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의 이러한 국가정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적극적인 협조, 그리고 사고(思考)의 전환이 시급하더라. 물론 대학과 사기업들의 사고전환은 말할 것도 없고.

친구야, 자네도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서울의 아파트 팔고 고향으로 내려와. 그 돈이면 고향에서는 훨씬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어. 앞으로는 젊은 자녀들을 데리고 내려와도 큰 문제는 없지 싶다. 젊은 사람들 자녀 교육문제 많이들 걱정하는데, 홈스쿨링도 있고, 인터넷 화상강의로 대학도 졸업할 수 있는 세상이지 않니.

친구야, 내가 사는 여기도 사람이 사는 세상이란다. 그것도 서울의 삶보다는 훨씬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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