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사의 가을

윤주희


잉태를 위해 바빴던 몸짓으로
빈자리 차곡차곡
쌓아 두었던 단풍의 밀어
쭉정이가 된 가슴에 공허를 이룬다

세월의 이랑에 틈새가 생겼다
연이 다하면 결국은 사라지는가?
낙엽빛에 반사되어
옮겨가는 발길마다 안겨드는 시린 내음

투명한 쪽빛 하늘가
잡을 수도 없는 산그리메
탱탱한 가을 정취에
팽팽한 고요가 詩꽃을 피운다


<작가노트>

“가을이 그림되는 절간”


은하사의 앞마당을 들어서니, 가을은 절간 속의 그림이 되어 대웅전 처마끝 풍경과 함께 고만한 위치에 바람 없이 걸려있다.

빌고 또 빌고, 천년만년 불어대는 그 어떤 바람 앞에서도, 꺼진 적 없을 그 기도의 제목을 내가 훔치며 가을 속으로 빠져든다.

삶의 희로애락 내 마음에 있기에, 삶이 고단할수록 향기는 강하리라.

모든 조건 지어진 형상은 변화하고 흩어지게 마련인 것, 사유하는 삶에 진리의 강물이 생의 화두로 흐르며 함부로 읽힐 수 없는 생이라지만, 일체 경계가 내 탓이다.
 

▲ 윤주희 시인.

 

 


·한국문인협회 회원, 김해문인협회 회원, 시사문단 작가협회 회원
·금오문학 대상·한울 작가상 수상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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