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 대성동 고분박물관 인근 공터에 모인 반려인들. 다양한 종류의 반려견들도 한 곳에 모여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이현동 기자


"몽이야~ 순심아~ 잘 지냈어?"
 
산책하기 좋은 시원한 바람이 불었던 21일 오후. 김해시 대성동 고분박물관 앞 공터에 4시께부터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이들이 기르는 여러 반려견이 일대를 마구 누비며 마음껏 뛰놀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30여 마리는 돼 보였다. 말티즈·치와와·푸들·웰시코기부터 차우차우·말라뮤트 등 다양한 종류의 반려견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사람·개 한데 어울린 산책코스
환경·위치·공간 등 최적 평가
분산성에 반려동물 공원 계획



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이곳에서 반려견과 함께 모였다. 이날은 일요일이라 다른 날보다 사람이 더 많았다. 반려인 A 씨는 "시간과 장소를 정해놓고 모이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이 이 근처에 거주하는 사람들인데 반려견을 풀어놓고 함께 산책하기 좋아서 이곳에 오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주 만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A 씨의 말처럼 대성동 고분박물관 앞 공터는 반려인들이 선호할만한 여러 좋은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자연친화적인 환경, 비(非)반려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만한 위치, 반려견들이 좋아할 만큼 넓은 공간 등. 반려인들이 이 곳에 모이게 된 것은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이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모이게 됐는지는 불분명하다. 약 2년 전부터 이곳을 찾았다는 반려인 B씨가 현재 이 모임에서 가장 오래된 사람이 아닐까 추측만 해볼 뿐이다. B씨는 "나보다 먼저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개인적인 상황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반려인들이 꾸준히 여기를 찾아오면서 모임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몇몇 사람들은 반려견 간식를 조금씩 싸 들고 와서 다른 반려견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누가 어느 반려견의 주인인지 분간할 수가 없는 모습이었다. 모두가 자신의 반려견인 것처럼 함께 예뻐하고 애정을 보였다. 또 몇몇은 삼삼오오 모여서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고 반려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얘기를 나누던 중 한 반려인이 "배변을 치우고 오겠다"며 황급히 자신의 반려견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는 미리 준비해 온 배변 봉투를 이용해 배변을 수거하고 주변을 정리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반려견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었지만, 고분박물관 등 주변 관리자들에게 경고를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배변처리가 100% 이루어지지 않고 이곳을 지나는 일반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B 씨는 "반려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일부 사람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있다는 것만으로 편견을 갖고 바라보는 것 같다. 주의를 받은 뒤로는 자발적으로 주변 환경정리도 더 꼼꼼히 실시하고 있다. 우리는 이 장소와 모임이 오래 유지되길 원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신경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장소도 아닐뿐더러 어떤 문제라도 발생하면 또 언제 제재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반려인들 사이에 만연해 있었다. 그나마 이들에게 다행스러운 것은 김해시가 2020년 12월까지 분산성 근린공원 안에 경남도 최초의 반려동물 테마공원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반려동물 놀이시설·카페·주차장 등의 시설이 들어선다. 김해가야테마파크와도 인접해 반려동물과 함께 방문하는 관광객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모임의 참석자 중 한 사람인 김해동물보호연대 홍보담당자 이선유 씨는 "반려인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마음 편히 산책하고 휴식할 수 있는 장소가 김해에 생긴다고 해 기쁘다. 반려동물 테마파크가 생겨도 이 모임에 정이 많이 들어 이곳을 자주 찾을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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