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화는 차이가 있고, 그 차이에는 우월함과 열등함이 없습니다."
 
1년 전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열린 '문화다양성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해 들은 말이다. 문화다양성이 대두되고 있는 21세기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다양성을 받아들이며 존중하고 있을까? 
 
"레즈비언·게이는 사탄, 집에 가서 조용히 살아라!"
 
불과 며칠 전 광주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는 이런 편견 어린 고성과 폭력이 오갔다. 해마다 규모가 커지고 연대도 늘고 있는 성소수자들의 행사에 일부 종교단체와 시민들의 격렬한 반대가 있었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한 채 치러진 행사는 서로의 가슴에 상처만 안기고 끝났다. 
 
인종과 민족, 남성·여성, 연령, 장애, 성 정체성에서 발현되는 소수자들은 나와 다르다고 해서 차별·억압받을 권리는 없다. 문화적 차이에는 권력 관계가 없어져야 한다.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을 때 갈등과 충돌이 일어난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다양성은 거리를 두되, 결코 심판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 소수자인 다문화가족, 장애인, 성소수자는 남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소외된다.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면 동정 어린 편견이 뒤따른다. 사실 시각을 넓히면 왼손잡이, 채식주의자 또한 사회적 소수자다. 이들 외에도 누구든지 이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다문화 도시' 김해에서는 이런 문화다양성이 시민들의 곁에 스며들 수 있도록 많은 행사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해문화재단이 5년째 시행하고 있는 '무지개다리 사업'이다. 
 
올해 '문화공존김해 다양성으로 소통하다'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다문화와 세대문화, 하위문화, 지역문화, 소수문화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화 주체들 간 교류기회를 제공한다. 또 지역 문화기관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문화다양성을 확산하는 게 목표다. 
 
지난달 동상동 종로길에서 열린 문화다양성 마을축제 '종로난장'은 선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만드는 화합과 소통의 행사였다. 지금 외동 봉황교에는 작가와 지역주민이 협업해 만든 문화다양성 설치미술 '다가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오는 27일에 수로왕릉 앞 광장에서 열리는 아시아문화축제도 이주 노동자와 다문화가정, 김해시민이 서로의 문화를 소통하고 공유하는 데 의의를 둔다. 
 
몸소 체감되는 큰 의식 변화는 없지만 작은 파동이 파도를 일으키듯 다양성을 공유하는 행사는 1년 내내 꾸준히 크고 작은 움직임으로 김해시민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문화다양성의 첫 걸음은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근데 한국사회에서는 이 걸음을 떼기가 너무 어렵다. 각자 삶에 있어 다양성이 있고 그 방식을 존중할 수 있는 태도를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내 안에 있는 편견을 꺼내 정리해보고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양한 문화주체들이 모여 편견과 불편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시간이 있으면 획일화된 가치관이나 고집을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차별'이라는 단어가 만연하고 관련된 문제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사회적 소수자의 차별 철폐를 위한 더 큰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들이 존중받는 날이 오길 바라며.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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